<사설>시급한 반도체 장비 국산화

우리나라 수출의 효자품목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다. 반도체 강국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아직도 장비의 80%, 소재의 4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니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반도체는 초일류 기술 입국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의 자존심을 세워준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이전을 꺼리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워 이제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64MD램을 시작으로 최근 4GD램까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세계시장 점유율도 40%에 가까워 판매 1위국이라는 명예도 얻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 분야와 장비·소재산업을 포함한 반도체산업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메모리 시장이 세계 전체 반도체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이 분야 시장 점유율은 1.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6%대에 불과하다. 특히 장비산업에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나마 국내 생산장비들 대부분이 기술 집적도가 떨어지는 후공정 장비들이 대부분이다. 실리콘 웨이퍼를 가공해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장비들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재분야도 수입비율이 다를 뿐 상황은 비슷한 수준이다.

반도체 장비나 소재산업의 해외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것은 이 산업 자체가 가진 가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가 지식정보사회를 맞아 산업의 쌀이라는 애칭처럼 반도체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반도체산업 역량을 더욱 확대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나가기 위해서는 설계기술도 중요하지만 고집적 반도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장비와 소재의 직접 생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남의 손으로 만든 기계와 소재로 성취할 수 있는 산업적 성과는 한계가 있다.

반도체 장비나 소재산업에 대한 중요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반도체 장비나 소재산업의 육성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장비·소재 개발을 독려해 오고 있다. 또 필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체계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같은 노력에 대한 결과는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이 없다. 장비나 소재의 국산화율은 수년째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산업은 기술적 진보가 그 어느 산업보다 빨라 투자 내용을 정량적으로 정하거나 일회적인 지원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반도체산업이 장비와 소재산업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투자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라는 점에서 해당 업체들의 투자도 늘어나야 하지만 정부차원의 고급 기술인력의 확보나 장비의 수요분석, 기술적 변화 방향 분석 등 체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의 화두가 벤처기업에 가 있지만 반도체산업만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할 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