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공직이 철밥통이냐.』
『모두가 적임자이며 일부는 공채로 채용했다.』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사라질 법한 「낙하산 인사」 시비가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
중기청이 산하기관인 중진공 이사에 정년을 앞둔 이모 과장(56)을, 중소기업유통센터 상무에 김모 인천지방청장(68세)을, 중기청이 전액 출자한 다산벤처 이사에 서모 과장을 임명하기로 하는 등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 정년을 앞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으로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기청이 도마위에 오른 것은 낙하산 인사를 봉쇄하겠다는 정부 발표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총선 전 금융관련 협회 및 금융기관에서 금감위를 인사 대거 발탁한 것이 여론의 심한 질타를 받자 정부는 퇴직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봉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따라서 중기청의 이번 인사는 정부 발표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중기청이 심한 질타를 받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기청이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걸맞은 중소기업 정책 수립보다는 자리만들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중기청 관계자들은 『중소기업 정책의 올바른 집행을 그르치는 파행적인 인사를 즉각 철회하라』는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다산벤처는 공채를 통해 적임자를 뽑았고 나머지 두 사람도 해당기관에서 먼저 요청해 본인들이 수락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해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과 얼마전에 있었던 산업자원부 인사와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산자부에서는 낙하산 인사시비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기술거래소 사장과 산업디자인진흥원장을 공채를 통해 선임했다. 기술거래소 초대사장에 선임된 홍성범 세원텔레콤 사장과 산업디자인진흥원장에 선임된 정경원 교수가 내로라 하는 공직자와 배경을 앞세운 인사들과 10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은 물론이다.
경쟁력을 갖지 못한 공직자는 이제 설자리가 없음을 묵시적으로 보여준 「공직반란」이었다.
낙하산 인사에 휘말리고 있는 중기청은 산자부의 인사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