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반도체 등 전자 분야 유명 12개사가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EC) 전문기업 「이하이텍스닷컴」의 설립을 합의했다는 엊그제 보도는 디지털 경제의 도도한 흐름이 이제 피부로 와닿고 있음을 알리는 소식이다.
이하이텍스닷컴의 합작 설립에 합의한 기업으로는 PC분야 세계 1·3·5위 기업인 컴팩·휴렛패커드·게이트웨이를 비롯, 삼성전자·일본전기·히타치·AMD 등 반도체 상위 랭커와 퀀텀·웨스턴디지털 등 주요 주변기기 회사들이다.
국적별로는 미국 8개사, 일본 2개사, 한국과 독일이 각각 1개사씩이다. 각 기업의 면모만 보더라도 이하이텍스닷컴은 일단 출범과 함께 세계 컴퓨터 부품 및 반도체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란 짐작이 가능해진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기업 수가 외형적으로만 12개일 뿐 이들과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는 계열사나 협력사를 포함하면 참여기업 수는 실제로 수천∼수만개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업 삼성전자의 직접 참여도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출범 합의가 발표된 지난 1일(현지시각) 뉴욕의 합동기자회견장에 칼리 피오리나 휴렛패커드 회장 등 참여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참석해 성황을 이룬 것도 이하이텍스닷컴의 출범 의의와 비중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하이텍스닷컴의 출범 배경으로는 일단 향후 2∼3년내 6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자 분야 B2B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여 기업도 인터넷 등 온라인 거래를 통해 유통구조의 단순화와 마케팅 비용 감소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클 카펠라스 컴팩 회장이 『반도체 등의 경우 온라인 거래를 통해 5∼7%의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여 기업이 컴퓨터와 반도체 분야의 가장 큰 수요자이면서 동시에 관련 부품의 가장 큰 공급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 즉 시장 선점에 앞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속에서 구매와 판매 효율성 제고를 통해 살아남는 일이 더 시급했었을 것이란 분석이 그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이번 합의배경에 대해 『초대형화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마켓 플레이스를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서도 입증되고 있다 하겠다.
전문가들도 이하이텍스닷컴의 순항과 성공 여부에 따라서는 같은 유형의 글로벌형 시장통합기업이 앞으로 계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첫 단추격인 이하이텍스닷컴의 출범합의는 그래서 더욱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예컨대 참여기업이 그동안 독자적으로 수행해온 자신들의 비즈니스 프로세서를 B2B 온라인 거래에 적합하도록 표준화하고 재설계하는 일 등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파트너(참여기업)간 서로 다른 문화 격차 해소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하이텍스닷컴이 디지털 경제시대의 성공적인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참여기업의 헌신적인 공동 노력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