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약자의 슬픔

『15일을 기다려서야 E1급 전용회선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서비스 개시 시점이 늦어져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졌습니다.』

국가 전체가 초고속 인터넷 열풍에 휩싸인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의 관련 사업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왜소한 군소 사업자들은 전송망을 보유한 공룡기업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 앞에 「약자의 슬픔」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사업을 펼치고 있는 A사는 뜻밖의 장애로 서비스 개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초 경기 하남의 1700여세대 아파트를 대상으로 초고속 인터넷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한국통신에 2048Mbps의 속도를 구현하는 E1급 디지털 회선을 신청했으나 『T1(1.5Mbps)이나 512Kbps 회선을 임대해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A사는 해당 지역에서 이미 B사가 E1급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속도가 현격하게 뒤떨어지는 T1이나 512Kbps급 회선으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한국통신에 E1급 회선을 임대해줄 수 없는 이유를 따졌으나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 알고보니 하남 지역에서 초고속 인터넷사업을 개시한 업체는 한국통신의 B&A(Building&Apartment)사업 협력사였다』며 신규업체 진출에 따른 협력사의 매출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한국통신의 배려 때문에 E1급 회선을 임대해주지 않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 기업영업단측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통신이 민영화된 이후로는 매출실적 증대를 강조하는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통신사업자들에게 많은 회선을 임대해주는 게 기본방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회선 임대를 거부하거나 속도에서 차별을 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기업영업단측은 설명했다.

A사는 뒤늦게 하남에서 E1급 디지털 회선을 기반으로 초고속 인터넷사업을 개시한 상태다. 하지만 15일이나 회선 임대가 늦춰져 일부 청약가입자들을 놓쳤고 남양주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