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식을 줄 모르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본사 특약=iBiztoday.com>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 열풍이 식기는커녕 최근 더욱 세차게 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 투자가들이 올해 1·4분기 중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실리콘밸리)의 신생회사에 지난 98년 전체 투자액을 웃도는 총 61억3000만달러를 투자함으로써 분기별 투자 규모에서 신기록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투자기업 수에서도 최다 기록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운틴뷰의 광통신 장비업체인 케스트렐솔루션스(http://www.kestrelsolutions.com)가 이 기간 중에 1억710만달러를 유치해 최대 투자 유치업체에 올랐고 다음으로 1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팰러앨토의 온라인 금융 소프트웨어 회사 X(http://www.x.com)가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사실은 실리콘밸리 유력지 새너제이머큐리뉴스와 시장조사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http://www.pricewaterhousecoopers.com)가 벤처 캐피털을 대상으로 분기별 투자실적을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이 기간 중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업체는 모두 394개사로 소프트웨어와 사업 서비스, 통신 분야 등이 주류를 이뤘다.

이 같은 기록적인 투자유치는 벤처 투자가들이 최근 주식시장의 폭락에 따라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황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음을 드러내는 반증이다. 이는 투자 기업들이 주식시장의 약세에 따라 첫 주식상장(IPO)에 실패하더라도 벤처 투자가들이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로써 이 지역 벤처투자 자본은 인터넷붐에 편승해 막대한 투자 수익을 창출함에 따라 21분기 연속 증가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캘리포니아 경제연구센터 스티븐 레비 소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인터넷 산업이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는 예측을 불허한다』며 『역사적으로 봐도 이를 측정할 만한 기준이 마땅치 않다』고 분석했다.

벤처 투자가들은 이 기간 투자액 61억3000만달러 중 거의 3분의 2에 달하는 38억2000만달러를 205건의 인터넷 투자에 쏟아 부을 정도로 여전히 인터넷에 흠뻑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는 인터넷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업에 골고루 분산되어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이용한 인터넷 기반 구축 전문기업에서 콘텐츠 전문기업에 이르기까지 고루 망라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대상 인터넷 사업이 관심권에서 벗어나는 반면 다른 기업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사업에는 투자가 몰렸다. 이 기간 중 소비자 대상(B2C)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대한 투자는 4억3402만달러에 머물러 지난해 4·4분기의 6억5590만달러보다 34%나 줄어들었다. 반면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대한 투자는 8억2419만달러로 31%나 늘어났다.

기업별로는 창업한 지 2년 반된 광통신 전송장비 업체인 케스트렐솔루션스가 10여 곳 이상의 투자가를 끌어들여 1억710만달러의 네번째 자금조달에 성공, 실리콘밸리 최대 투자 유치업체로 떠올랐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앨런 웨이크필드 회장은 『아직 수익은커녕 매출도 한 푼 못 올린 상태』라며 『거래 고객은 있지만 아직 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꼽히는 기업은 1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X사다. 인튜잇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빌 해리스 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 회사는 휴대폰이나 양방향 호출기를 이용한 온라인 금융거래용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있다.

이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회사로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푸드(http://www.food.com)사. 배달용 식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이 회사도 8000만달러의 투자를 끌어 들였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인터넷 스타트업으로 다양한 업체에 광통신 데이터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스커뮤니케이션스(http://www.yipes.com)도 77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 밖에도 멘로파크의 통신회사인 지오캐스트네트워크시스템스는 7400만달러, 화학분야의 B2B 시장을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켐커넥트(http://www.chemconnect.com)는 7200만달러, 내려받기용 음악사이트를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리슨(http://www.listen.com)은 7000만달러, 샌타클래라의 통신 신생회사 안다네트웍스(http://www.andanetworks.com)는 6950만달러를 각각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벤처투자가들의 투자 신기록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벤처 자본가들이 자금 조달을 축소하려는 기미는 없다며 앞으로도 투자할 돈은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천문학적인 수준의 자금조달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을 것으로 예측하는 목소리도 만만치는 않은 상태다.

레비 소장은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기업인들이 일종의 신임투표를 받은 셈』이라면서 『그래도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같은 실리콘밸리 투자의 주도권은 최근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새로 벤처 캐피털 펀드를 출범시키는 등 신생회사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전통 깊은 이곳의 벤처 캐피털 업체들이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멘로파크의 US벤처파트너스가 1·4분기 중 21건의 투자를 단행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활동적인 펀드로 꼽혔고 팰러앨토의 액셀파트너스, 뉴욕의 체이스캐피털파트너스 등이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