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닷컴 비즈니스의 앞날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 이른바 닷컴 기업의 미래에 대한 경고성 전망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만 리처드 그라소 뉴욕증권거래소 회장이 『닷컴시대는 갔다』고 단언했는가 하면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이 『아·태지역 닷컴 기업의 85%가 3년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 등이 그 예다.

이같은 전망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우리나라 닷컴 기업 열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그렇지 않아도 올 초부터 벤처라는 명목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닷컴 기업에 대한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한때 남아돌던 벤처 캐피털이 이제는 자취를 감추고 반대로 기업들이 캐피털을 찾아나서는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를 대변하는 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망이 닷컴 비즈니스 그 자체에 대한 전망까지를 비관적이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닷컴 기업들의 정리가 탄탄한 비즈니스 기반을 갖추게 되는 성숙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대다수 닷컴 기업의 도산을 점치면서도 한결같이 인터넷 비즈니스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제하는 바가 바로 그렇다. 이는 결국 탄탄한 소수의 기업이 허약한 다수의 닷컴 기업을 흡수하면서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소수는 자본력을 갖추고 인터넷 분야 진출을 시도하는 재래식 기업이나 건실한 사업계획과 조직규모를 갖춘 대형 닷컴 기업이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반대로 흡수되거나 도산하는 다수의 기업은 핵심역량과 확실한 수익모델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뛰어든 벤처기업을 의미하게 될 터이다.

사실 최근의 닷컴 열풍은 아마존·야후·e베이 같은 초창기 닷컴 기업들의 모델을 그대로 흉내내는 수준의 아이디어로서 일확천금을 꿈꾸던 기업들에 의해 주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수입이나 구속력이 빈약한 회원관리 등에 의존하려는 모델도 크게 유행했다.

정보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고 마니아 수준의 네티즌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이버 공간이 보편적 일반인을 뜻하는 사이버티즌의 공유물로 바뀌고 있는 요즘이다. 닷컴 비즈니즈가 이뤄지는 사이버 공간은 앞으로 갈수록 투명해지고 냉정해지며 더 이상 일회성 아이디어가 먹히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가트너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지역의 경우 인터넷 광고시장 규모는 앞으로 2001년 말까지 현재보다 30∼40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닷컴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도 벌써 4∼5년째다. 닷컴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 사용인구도 1000만명을 넘어 머지 않아 2000만명에 육박할 태세다. 이런 배경으로 해서 사이버 트레이딩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규모이며 수준이라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닷컴 비즈니스가 본 궤도에 접어든다고 해서 모든 닷컴 기업들이 공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닷컴 기업들은 이제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제휴 등을 통해 생존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고 새롭게 창업하려는 닷컴 기업들 역시 핵심역량과 확실한 수익모델의 정립을 염두에 두는 일이 첫번째의 책무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