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네트워크라는 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초 국내에 근거리통신망(LAN)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라우터가 LAN시스템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 시장 발전의 전기가 마련됐다. 국내에서는 시스코·스리콤·알카텔 등의 제품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산업기반이 구축됐다. 정보기술(IT)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당시 국내 현실에서 국내 NI업체들은 해외 업체들의 제품을 들여와 네트워크 인프라 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이상 정보기술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NI업체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그간 익혀온 노하우와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국내 네트워크 시장은 외산 장비들의 패션 전문 백화점이 되어버렸고, NI업체들은 그저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기능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닌지 자문해 본다.
외산 장비와 솔루션이 시장을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는 것은 비단 네트워크업계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이러한 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는 정보통신 관련 기업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글로벌 환경에서 어느 나라의 제품이든 원하는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으면 된다고 여길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서 단순히 애국심에 호소는 감성적인 대응태도는 이미 명분을 잃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정보기술의 흐름을 이해하고 또 주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적극적인 시장개발 및 마케팅 능력이 절실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생각해 볼 때 지난 90년대 말부터 국산 네트워크 장비가 개발·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97년 국내 최초의 라우터가 개발된 이래 국내 라우터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약 13%의 점유율을 가진 것은 충분히 기술개발 전망 및 시장잠재력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본다.
정보기술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네트워크다. 작년에 이미 1000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통계자료는 의미심장한 것이다. 이는 21세기 정보사회의 핵심이 되는 인터넷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는 암시이며 이의 근간이 바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간 약 20%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50여개 업체들이 네트워크 관련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제품을 수출, 유수의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렇듯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네트워크산업의 조류에 발맞추면서 국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e비즈니스와 인터넷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산업 인프라 구축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네트워크산업에 대한 정부주도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개별기업 단위에서 제각각 이러한 조류에 대응해 해외 선진기업의 기반기술을 따라잡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후손들이 우리 손으로 만든 네트워크 제품과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된다면 그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