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걸림돌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100여년 넘게 영상기록매체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은염 카메라의 전성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디지털 기록매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성능향상과 가격인하에 힘입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여러가지 장점에도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규모는 외국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은 『디지털 카메라의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너무 짧아 제품을 마음놓고 들여와 판매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량을 무턱대고 많이 들여왔다가 자칫 다음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소화를 못하면 재고로 남게 된다』며 『재고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해 수입물량을 까다롭게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업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동안 디지털 카메라 수입업체들은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요보다 부족하게 들여와 판매하는 영업행태를 보여왔다. 10여개에 달하는 디지털 카메라 업체들이 지난 한해 동안 판매한 제품은 5만여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일본은 수백만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팔았다.

디지털 카메라 유통 전문가들은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 실속만 챙기려는 수입·공급업체들에 있다』고 지적한다. 수입·공급업체와 몇몇 총판이 높은 마진을 챙기는 구조에서 시장확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제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정식 수입업체뿐 아니라 병행수입업자도 수입에 나서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이루어지는 등 이른바 「오픈 마켓, 오픈 프라이스」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과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던 공식 수입업체와 몇몇 총판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디지털 카메라 사업자들은 이제 높은 마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대와 신속한 공급을 무기로 보다 많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유통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생활전자부·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