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영화평론가인 앙드레 바쟁은 『단편영화는 언제나 미래의 영화다. 미래는 항상 거기에서 태어난다』라고 단편영화를 평했다. 「베를린 천사의 시」로 널리 알려진 빔 벤더스 감독은 『모든 위대한 감독들은 단편영화에서 시작했다. 단편영화는 거짓말을 늘어놓기에는 너무 짧아서 언제나 「영화란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때문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단편영화에 대한 예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상업영화의 화려함속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던 국내 단편영화들이 최근 열리고 있는 영화제를 계기로 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단편영화·독립영화·실험영화 등을 주제로 5월에만 열리는 영화제는 「2000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를 비롯, 「블랙마리아영화제」 「인디포럼2000」 등 3개에 달한다. 7월과 8월에도 「키네코영화제」 「12회 십만원 비디오페스티벌」 「제1회 서울넷페스티벌」등이 각각 열릴 예정이다.
지난 19일 개막한 「2000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http://www.pasff.org)」는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단편영화제로 지난해까지 「부산단편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나 올해부터 아시아 지역을 포괄하는 국제 단편영화제로 확대됐다. 영화제 기간도 23일까지 5일간으로 지난해보다 하루 늘었다.
부산 경성대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번 영화제에선 「내가 여기 있어요」 「쿵쿵딱별에는 기타리스트가 없다」 「휴식」 「오대수 이야기」 등 34편의 국내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또 「사동(중국)」 「창(홍콩)」 「감춰진 진실(인도)」 「길위의 나그네(이란)」 「쇄골 아래 내 사랑(일본)」 「일식(필리핀)」 등 21편의 아시아 초청작과 「각자의 전투」 「어머니와 아들」 「강철」 등 9편의 비디오 작품이 상영된다.
실험 영화에 초점을 둔 「블랙마리아영화제(http://www.neobmff.com)」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정동 A&C에서 개최된다. 이 영화제는 올해로 19회를 맞는 미국 「블랙마리아 필름&비디오 페스티벌」의 수상작과 국내 실험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비경쟁 영화제다. 이 영화제에는 올해 「블랙마리아 필름&비디오 페스티벌」 수상작인 「드림」 「빌리스 발룬」 「로테이션」 등과 「서페이스 오브 메모리」 「절망」 「오그」 「다우징」 등 국내외 실험영화 총 38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또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는 한국독립영화협회(http://www.coincine.co.kr) 주최로 「인디포럼 2000(http://www.indieforum.co.kr)」이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돼 독립영화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한껏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는 단편영화 또는 독립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비경쟁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영화제에는 「만수야, 그동안 잘 있었느냐」 「심청」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은 아직 대학로에 있다」 등의 극영화와 「성매매의 거리에서 쓴 꿈에 관한 보고서」 「레드헌트2, 국가 범죄」 등의 다큐멘터리, 「사이」 「뚜껑」 등의 애니메이션 등 총 68편의 공식 작품이 상영된다. 또 28편의 해외 초청작과 국내 추천작 등도 상영될 예정인데 유명 해외 단편영화제 수상작의 예술성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오는 7월 7∼8일 여해문화공간에서 개최되는 키네코영화제(http://www.kineco.com)」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단편영화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매년 7월과 12월 두 차례씩 개최될 예정이다. 이 영화제는 시나리오만 있고 제작비나 기자재없는 영화인들을 위해 제작비와 기자재도 지원한다. 정식 개막에 앞서 6월 26일부터 7월 8일까지 온라인 상영을 통해 단편영화의 대중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7월 28일에서 30일까지 3일간 대학로 「ON&OFF」에서 개최되는 제 12회 「십만원 비디오페스티벌(http://www.servenet.co.kr/dream)」은 1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이 말해주듯 저예산영화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영화제다.
이밖에 영화제는 아니지만 마구리(http://www.maguri.com), 씨네파크(http://www.cinepark.com), 아이씨네(http://www.icine.com) 등 인터넷영화관들이 현재 각종 단편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있으며 웹시네마(http://www.webcinema.co.kr)는 단편영화를 유료로 상영하고 있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