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C시장이 지난 1·4분기 동안 전년 동기에 비해 146%나 성장함으로써 아·태지역 PC시장 신장을 주도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조사 발표한 이같은 수치는 아·태지역 10개국 평균신장률 43.4%를 4배 가까이 웃도는 것이다. 한국은 또한 출하 대수에서도 중국(137만대)에 이어 2위(104만대)를 기록함으로써 경쟁국인 호주(44만대), 인도(34만대), 대만(26만대) 등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일본을 제외하고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원래 IT분야에서 일본은 별개의 시장으로 본다) 그 결과가 가져다 준 의미는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같은 희소식이 지난 80년대 북미시장에서 한국산 PC의 인기가 치솟던 시절 이후 근 1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또한 각 국의 출하대수에서도 비교되듯 우리나라가 중국과 함께 아·태 PC시장의 확실한 2대 맹주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의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PC시장이 그동안의 침체터널을 벗어나 완연한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만을 놓고 볼 때 1·4분기 PC 출하대수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무려 250% 가량 신장됐다. 아·태시장 전체에서 우리 PC업체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지난해 점유율 4위였던 삼성전자가 IBM·컴팩·휴렛패커드·레전드 등 기라성같은 브랜드들을 제치고 9.1%로 당당히 1위에 올라선 것이 그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 PC업계는 매년 급증하는 운용체계 등의 로열티 부담 때문에 부단한 원가상승 압력을 받으며 고전해 왔다. IMF 이후에는 기업들의 감량경영으로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관련 부품업체들의 잇딴 도산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집중적으로 제기된 Y2K문제도 시장침체에 한 몫 거들었다.
한국 PC시장의 급성장이 안팎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역경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PC시장이 급성장세로 돌아서게 된 이유로는 정부의 강력한 IT육성정책과 인터넷 열풍 그리고 여기에 부응한 기업들의 공동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한다. IDC도 한국의 초고속망 확대정책과 인터넷PC 보급 프로그램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할 정도다.
그러나 이번 IDC조사 결과를 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PC산업이 주요 핵심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부가가치가 썩 높지 못하다는 구조적 문제점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도 하겠지만 그동안 이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지 못한 것은 산업침체 등 우리 PC업계가 안고 있었던 여러 한계적 상황 때문이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는 이제 PC산업 자체가 분명한 고성장세에 들어선 지금부터라도 어떤 형태로든 되짚어 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은 지난 시절의 침체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매우 유효할 것이다. 나아가 고속 성장에 대한 찬사도 결국은 이같은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했을 때만이 그 진정한 의미가 발하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