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홈네트워킹 표준을 둘러싼 미국 업체들의 신경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7월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홈RF 진영이 제안한 새 기술을 허락할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홈RF 진영은 인텔을 위시해 모토로라, 프록심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FCC에 자사의 전송 기술을 4배로 빨리 할 수 있는 새 방식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경쟁 진영인 위피(Wi-Fi, 혹은 802.11B)는 홈RF 진영의 새 기술이 위피 진영의 전파를 간섭하는 등 기술적 문제가 있다며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위피 진영에는 스리콤, 시스코, 루슨트 등의 세계적 네트워크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무선 홈네트워크의 속도 경쟁에서는 현재 위피 진영이 앞서 있다. 홈RF 진영이 초당 2메가비트(Mbps)인데 반해 위피 진영은 11메가비트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홈RF 진영으로서는 FCC의 승인여부에 따라 생사의 길을 걷게 된다.
미 시장조시기관 캐너스인스탯의 한 전문가는 『홈RF 진영이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만약 FCC가 홈RF의 새 기술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홈RF 진영의 입지는 급속히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홈RF, 위피와 함께 제3의 무선 네트워킹 기술을 형성하고 있는 블루투스 진영에서도 홈RF의 새 기술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블루투스 진영은 최근 FCC에 서한을 보내 「홈RF의 새 기술이 허용된다면 자사의 전파 대역과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홈RF 진영은 『3진영간의 전파 간섭은 현재에도 발생하고 있으며 새 기술이 허용된다고 해도 이것이 더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홈RF 진영 대표이자 인텔의 무선통신부문 벤 매니 이사는 『우리의 제안은 시장에서 경쟁하자는 것이므로 FCC가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홈RF 진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이처럼 홈네트워킹 표준에 대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이 시장의 황금성 때문이다. 캐너스인스탯에 따르면 홈네트워킹 시장의 규모가 올해 6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57억달러로 10배 정도나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단 시장규모뿐 아니라 앞으로 이동전화 등 모든 가전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등 잠재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한달 후에 1차 평가안을 도출할 FCC의 움직임에 대해 3진영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