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미국 LA에서는 세계 최대 게임쇼인 E3가 열렸다.
이 전시회는 새로운 게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게임을 선보이고 개발업체와 유통업체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자리다. 비슷한 게임쇼로 일본의 도쿄게임쇼와 영국의 ECTS가 있지만 전세계 대부분 게임 유통사들이 E3를 통해 구매할 게임을 고른다고 할 만큼 명성이 높은 게임전문전시회다.
올해에도 전세계에서 모여든 게임 유통사 관계자들이 게임개발업체 및 배급사들의 전시 부스를 돌며 숨가쁜 협상을 벌였는데 한 게임 배급사 미팅룸이 유난히 많은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그곳은 바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배급사인 하바스의 미팅룸이었고 부스를 방문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국내 게임 유통사 관계자들이었다. 이곳에 유독 한국의 유통사들이 몰린 이유는 하바스가 내년에 배급할 예정인 「워크래프트3」의 국내 판권을 따내기 위해서였다.
내년 4월경 출시될 이 작품은 「스타크래프트」와 유사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내년 상반기 최대 히트 예상작이라는 점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통사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E3쇼에서 국내 유통사들이 보인 모습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너도 나도 이 게임의 배급사인 하바스 관계자들과 미팅 약속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으며 하바스측이 높은 판권료를 제시하다보니 「워크래프트3」의 판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후문이다.
예전에 한국의 영화 배급사들이 흥행성 있는 영화를 들여오기 위해 칸영화제 등에서 국내 업체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모습이 재현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처럼 인기있는 게임에 국내 유통사들이 몰리다보니 해외 게임 배급사들은 이를 악용, 가격 올리기 작전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외국 게임 배급사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게임 유통사들은 「봉」이라는 얘기다.
게임이 유망 콘텐츠산업이고 정부에서도 게임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산 게임을 육성하는 데는 인색하면서 해외 게임 잡기에만 급급한 유통사들이 존재하는 한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은 기약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산업부·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