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0대 기업의 정보화 투자 및 연구개발(R&D)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정보화 투자규모는 총 8000억원이 넘어 지난해보다 6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R&D 투자도 1조4800억원이 넘어 40% 가까이 늘어난다. 기업들의 정보화 투자와 R&D 투자 확대는 자신들의 경쟁력 향상이 목적이겠지만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 투자가 가져올 이득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개별 기업은 지식관리시스템이나 경영정보시스템·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으로 더욱 정확하고 신속한 경영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또 이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기업들의 투명한 경영체제는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실질적인 산업별 각종 통계를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정확한 국내 산업현황 판단을 통해 효율적인 산업정책을 수립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이들의 정보화가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이나 인트라넷 구축, 전자상거래체제 구축 등 인터넷 관련 체제 구축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상당수의 업체들이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정보화 추진 기업들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이 갖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역시 자금 문제다. 500개 업체들은 비록 8000억원 상당의 정보화 추진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필요자금을 모두 확보해 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자금사정이 괜찮은 업체들의 경우 상당액수의 자금을 확보해 놓고 있거나 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다수의 업체들은 목표 수준의 정보화를 이루는 데 확보해야 할 자금 규모를 산정해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자금 확보 여부는 정보화 계획 성패의 중요한 열쇄일 수밖에 없다. 자금 문제는 정보화 추진비용보다 규모가 큰 연구개발 투자 부문도 마찬가지다.
벤처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벤처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을 판단한 정부가 지난해부터 쏟아낸 각종 지원책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 지원책은 벤처기업들의 재원 마련에 물꼬를 터주었고 유입되기 시작한 막대한 자금은 벤처기업들의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벤처기업 육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보화시대에는 국가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일반 기업들의 정보화나 연구개발 투자 역시 국가 경쟁력 제고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 부문에도 정부의 분명한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기업 중심의 정책이 중소기업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었던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다. 벤처기업들에 자금이 넘처나는 반면 공적자금을 타내는 데도 담보가 필요한 일반 기업들의 답답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국가산업의 균형발전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일선 기업들의 시설투자나 자금은 고사하고라도 정보화 투자나 연구개발 비용은 어려움 없이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