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중에 인터넷 경매업체 e베이(http://www.ebay.com) 멕 휘트먼 CEO보다 미국 대중문화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다. 게다가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이 회사만큼 공짜 홍보 혜택을 많이 누린 업체도 드물다.
12명의 최고 모델들을 설득해서 부활절 달걀을 장식하고 경매에 부쳐 남은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내도록 하는 인물이 휘트먼 CEO 말고 누가 있겠는가. e베이 말고 또 어떤 인터넷 사이트가 에밀리 디킨슨 사진의 진품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는가.
이 정도는 장난감 회사 하스브로(http://www.hasbro.com)에서 소비자 담당 경력이 있는 휘트먼 CEO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임무는 훨씬 힘들고 복잡하다. 그녀는 인터넷 회사라면 회의적인 월가를 상대로 e베이의 성장 계획을 설명하는 로드쇼를 이제 막 끝냈다.
그렇다고 투자 설명회가 내용상으로 어려웠다는 것은 아니다. e베이는 이익을 내는 소수 인터넷 업체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베이는 장난감 병정, 포르투갈 우표, 비니 베이비 인형 수집가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경매의 「성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휘트먼 CEO는 주로 입 소문으로 성장한 e베이를 홍보하기 위해 앞으로 많은 돈을 쓸 예정이다. 각 지역시장과 국제시장, 무선 경매, 희귀 수집품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해 마케팅, 판촉 및 고객 지원도 강화할 작정이다.
이 같은 비용 발생은 현재 매우 건전한 e베이 매출 총 이익률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e베이를 아마존(http://www.amazon.com)식의 시장 매집 스타일로 변화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월가는 이 같은 비용 발생에 대해 휘트먼 CEO와 피에르 오미디야 창업자를 비롯한 기업 내부사람들이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도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다고 이런 내용을 알게 된 투자자들이 e베이 주식에 대해 회의적이 됐는가. 아니다. 오히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3일(미국시각) 129.94달러로 전일에 비해 13.94달러가 올랐다.e베이가 하는 사업은 장기적으로 봐야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하려면 더 장기적인 전망을 해야 한다.
우선 내부자 거래를 살펴보자. 올해 2월 24일부터 5월 3일까지 약 11주 동안 e베이 내부인들이 매도한 자사 주식을 아마존, 야후(http://www.yahoo.com), 프라이스라인(http://www.priceline.com) 등과 견줘 보자. 이 기간 동안 주식시장은 등락을 수차례 거듭했었다. 내부자 주식 매도 수에 있어서 e베이가 640만주로 선두였고, 그 뒤를 프라이스라인(590만주)이 따랐다. 아마존은 98만4953주, 야후는 단지 19만9537주로 4개 비교대상 기업 중 꼴찌였다.
총 공모 가능 주식수에 비하면 이 기간 동안 e베이 내부자 주식 매도량은 11.5%에 불과하다. 이 비율은 프라이스라인의 수준과 비슷하지만 다른 3개 사이트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이 수치를 보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다. 우선 주식 매도는 기술벤처 임직원이 일에 대한 보상을 받는 보편적 방식이란 점이다. 이들은 특정 창구를 통해서만 매도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현재 e베이 내부자 중 상당수가 주식이나 옵션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의 주식 매도는 벤처 캐피털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배분하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e베이의 벤처 투자자는 벤치마크 캐피털이다.
e베이는 당연히 내부자 주식 매도의 의미를 축소했다. 케빈 펄스글버브 e베이 대변인은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를 계산에 넣어도 그들의 지분은 분기마다 상당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매도량은 그들의 지분 합산치에 비하면 매우 적은 비중이다』고 말했다.
아무리 비중이 적다 해도 월가는 주식 매도자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주식을 매도한 주요 e베이 내부자로 오미디야 창업자(45만8400주 매도 신청), 휘트먼 CEO(34만3600주)와 브라이언 스웨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눈에 띈다. 특히 스웨트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10만3100주를 매도했다. 이 세 사람 모두 1주당 159달러 수준에 매도했다.
매도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매도 당시 시황이다. e베이 내부자들은 주식 시장이 떨어져도 매도를 계속했다. 이는 내부자들이 주가의 급반전 가능성을 예감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내부자 주식 매도 상황에 곁들여 눈여겨봐야 할 것은 e베이의 최근 분기 보고서다. 이 회사는 차감전 수익으로 800만달러(주당 6센트)를 신고했는데 1년 전 같은 기간(480만달러, 주당 4센트)에 비해 수익이 크게 호전됐다.
그러나 수익 상태를 뜯어보면 수익의 대부분이 이자 소득과 게리 벵기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화통화에서 밝힌 비영업용 자산매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늘어나는 판매 관리비를 고려하면 e베이는 영업 면에선 사실상 파산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래도 휘트먼 CEO의 경영 전략에 대해 시비를 걸 사람은 거의 없다. e베이를 한 수준 높이기 위한 그녀의 한가지 전략을 예로 들면 e베이는 회사 홍보 및 「공동 브랜드」 사이트 개발을 위해 AOL에 7500만달러, 월트디즈니 후원을 받는 고(http://www.go.com)에 3000만달러를 지불키로 약속했다. 게다가 유럽과 일본 영업에 대해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e베이는 최근 분기 동안 등록된 고객수가 260만 명 늘어났으며 전체 이용자는 총 1260만 명에 달했다.
리만 브러더스의 할리 베커 분석가는 최근 휘트먼 CEO와 만난 뒤 작성한 한 보고서에서 『e베이 사업모델의 매력은 크고 분명했다』면서 『수익성 있고 재고 위험이 없는 거래 위주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무리 사이버 공간이라 해도 사업 확장 비용이 별로 안 든다고 말한 사람은 아직 없다. 이제 휘트먼 CEO의 도전은 월가 분석가들이 e베이의 현재에 대해 계속 실망하지 않도록 하면서 미래를 신중하게 준비하는 것이다.<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