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승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21세기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이다.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세계로 변화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활양식과 상거래형태가 우리 주위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새로운 문제들도 야기되고 있다. 그중에서 정보를 가진 자와 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계층간의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정보격차의 유형이나 심화수준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소득·학력·지역 등이 주요 원인이다. 정보격차는 단순하게 정보혜택을 누리는 자와 정보빈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디지털화하면서 부의 형성과 지식 및 정보접근이 디지털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격차 문제는 21세기의 핵심인권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식이 새로운 부의 근거가 되고부터 지식의 소유여부에 따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산업사회보다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IMF이후 중산층이 붕괴된 반면, 벤처기업을 위시한 디지털사회에 순응하는 계층이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국민에게 호소한 바 있으며 브래들리, 고어 등 대선후보들도 정보불평등 문제를 이슈화했다. 특히 지난해말 미국정부는 대통령을 비롯해 상무부 장관, 정보통신 관련사업자, 인권단체, 지역단체 대표 등 800여명이 참여한 정보불평등수뇌회의(digital divide summit)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정보격차 해소를 전 연방정부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각 부처와 기관장들이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우리 정부에서도 「사이버코리아 21」을 통해 전 국민이 정보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계획은 정보격차없는 사회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보인프라 측면에서는 정보접근 기회를 확대하고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균형있는 구축, 정보접근 지역센터의 설치 확대, 중저가 PC보급 확대, 장애인을 위한 컴퓨터기기 및 SW개발 추진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정보격차 해소 프로그램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격차 문제가 사회복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격차 문제가 힘있고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정부 못지 않게 민간기구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기구에 의한 정보격차 문제 해결이 아닐까 싶다. 정보격차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하며 종합적 대안을 제시할 민간기구 설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가칭 「사회복지정보화센터」를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같은 민간단체에서 주도하여 설립, 운영하는 방안도 연구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 차원에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건전한 기부문화를 형성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테헤란밸리의 신 디지털 귀족이라는 성공한 벤처기업가나 대기업 등이 정보빈자를 위해 조건없이 자신의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많은 기업 및 경영자·사업가·개인독지가 등이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정보복지를 위해 사회 여러 계층이 합심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공동체사회다. 공동체 붕괴를 막기 위한 정보화 부문의 벌런터리즘(voluntarism)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