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텔레콤, 오렌지 인수 유럽 이통시장 파장

프랑스텔레콤이 지난 30일 영국 이동통신업체 오렌지 인수를 발표함에 따라 유럽 통신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은 이번 인수로 유럽 2위 이동통신업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또한 오렌지가 보유한 영국 IMT2000 사업권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이 보장된 영국 IMT2000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텔레콤 해외진출 박차

프랑스텔레콤은 지난해 프랑스 이동통신시장에서 48%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프랑스텔레콤은 자국 시장의 포화상태와 IMT2000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인식, 올해 들어서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은 올해초 스프린트·도이치텔레콤과의 합작사였던 글로벌원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전세계 40개국 800개 도시의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지난 3월에는 독일 이동통신업체 모바일콤의 지분 28%를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오는 7월 독일 IMT2000 사업권 입찰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처럼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프랑스텔레콤에 오렌지 인수는 큰 의미가 있다.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이동통신시장인 영국에 진출함으로써 유럽 전역에 걸쳐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영국 IMT2000 사업권 입찰에 참가했으나 자금력에서 뒤져 낭패를 본 프랑스텔레콤으로선 사업확장과 함께 영국 IMT2000 시장 진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실속 챙긴 보다폰

보다폰은 이번 거래에서 프랑스텔레콤 못지 않은 실속을 챙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우선 지난 2월 만네스만을 인수했을 때 합병승인의 걸림돌이 되었던 오렌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영국 1위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이 만네스만 산하의 영국 3위 업체 오렌지마저 소유할 경우 독점문제가 생긴다며 오렌지 분사를 요구한 바 있다.

또한 보다폰은 오렌지를 매각하면서 막대한 현금을 챙겨 영국 IMT2000 사업권 입찰액을 지불하는 데 한 시름을 덜었다. 보다폰을 비롯한 사업권 획득업체들은 최근 입찰액 지불 문제를 놓고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결국 보다폰도 오렌지라는 「혹」을 떼어냄과 동시에 자금난 해소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파장 및 향후 전망

오렌지에 눈독을 들인 업체는 프랑스텔레콤뿐만이 아니었다. 영국 IMT2000 사업권 입찰에서 탈락한 네덜란드의 KPN, 미국의 MCI월드컴은 물론 일본의 NTT도코모, 프랑스의 비벤디 등 세계 각국의 업체들이 오렌지 인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프랑스텔레콤이 오렌지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이들 업체는 모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형국이 되었다. 특히, 최근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시도하던 NTT에 있어 오렌지 인수 실패는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례는 업체들의 IMT2000 시장 진출수단으로 사업권 획득 업체를 인수하는 선례를 남겼다. 이는 앞으로 유럽의 IMT2000 시장을 노리고 대형 통신업체들이 M&A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올해안으로 예정되어 있는 독일(7월), 이탈리아(12월) 등의 사업자 선정을 전후로 또 한차례 대규모 M&A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