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29) 벤처기업

해외 진출<19>

『그가 나이가 많고, 기술자로서 실력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퇴출돼야 하나. 그에게도 좋은 점이 있어. 그는 인간의 훈기가 있어. 기술자가 저버리기 쉬운 휴머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야. 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우리 회사에 이바지할 것으로 믿네.』

『사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어렵게 하십니까? 우리회사에서 휴머니즘이 필요하다니요?』

『나는 그를 서비스 팀장으로 추천하네, 고객 서비스 책임자는 기술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휴머니즘도 비즈니스라고 보는 것이야.』

『사장님의 경영철학은 알겠지만, 함 과장은 싫습니다.』

나는 그에게, 함 과장이 퇴직을 하고 나서 아내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도시락을 싸들고 나와서 회사 부근 건물의 지하실에서 도시락을 먹던 것을 보았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재임용을 약속했다는 것을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었다. 서류가 없고 도장을 찍지 않았다고 하여도 삶에 있어서의 약속도 계약이었다. 계약을 충실하게 지키는 것은 사업의 본질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윤 실장의 강력한 반대에도 나는 함 차장을 기용했고, 윤 실장과의 불편한 관계를 생각해서 그를 현장 기술 책임자로 뛰게 했다. 그는 기술 서비스팀의 팀장이 되었던 것이다.

국내 사업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은 항상 해외로 진출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일본과 미국, 그리고 호주의 기업체에 PCMS를 수출하였다. 그러나 외국의 기업에 판매하는 공장자동화 시스템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단위기계의 판매에 불과했다. 공장의 규모에 따라 계속적인 수주가 이루어지거나 일본 도요타에 로열티를 받고 있는 것처럼 기술 수출도 있었다. 그렇지만 사업의 규모와 지속성에서 중국 양자강 사업을 따라갈 프로젝트는 없었다.

양자강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몇 차례 러시아를 다녀오면서 러시아 시장을 노크하였다. 러시아 시장은 중국만큼이나 어려운 고지였다. 하지만 그곳은 우주 산업과 군사 산업이 다른 그 어느 나라보다 발전된 곳이다. 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강대국에서 첨단 우주 산업과 군수 산업에는 이미 자동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나 그것은 전체를 점유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설비자금의 문제점도 있겠으나, 모든 시스템에 있어 자동화 장치는 각기 별개의 프로그램을 요구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