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지놈연구와 정보산업

특허청 이성우 유전공학과장

세계 석학과 언론들은 21세기가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이 주도하는 고도 지식기반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급 정보를 가장 많이 축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단연 인간 세포의 핵속에 들어 있는 DNA라는 유전물질일 것이다.

인간은 총 60조개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세포로 구성돼 있고 이들 세포 각각에는 지놈이라는 인간 전체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두 세트씩 저장된 2m 정도의 DNA가 실타래처럼 뭉쳐 있다.

인간이야말로 60조개의 초슈퍼컴퓨터가 오차 없이 조합돼 생명체를 이루는 고급 정보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정보화물결을 일으킨 디지털정보가 「0」과 「1」 두 문자로 쓰여진다면 생명의 정보는 「A」 「G」 「C」 「T」의 네 문자(DNA염기)로 표현되며 신기하게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100만종이 넘는 생물종도 이 네 가지 암호문자로 프로그램화돼 있는데 이를 밝히는 연구가 바로 지놈 연구다.

그렇다면 생명공학과 정보통신의 유기적인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DNA에 담겨 있는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는 다양한 단백질을 생산해낸다.

이때 단백질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더욱 복잡한 정보를 생성해내기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해야만 이들 정보의 저장과 활용이 가능해진다.

결국 이들 데이터를 저장하고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컴퓨터·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게 된다.

최근 컴퓨터 과학자와 정보 과학자들은 DNA와 단백질의 정보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일을 뛰어넘어 고도로 발전된 뇌와 신경망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수많은 정보기술을 개발해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생명공학과 정보통신기술이 만나 고도의 지식정보산업을 활짝 꽃피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요즘 새로운 학문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매틱스)은 생명공학과 정보학에 대한 고도의 전문지식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다.

미국의 경우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와 3만명 이상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투입하고 있으며 유럽도 유럽생물정보연구소(EMBL)라는 통합된 중앙시스템을 구축, 유전자 데이터 교환,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고 일본도 생물산업 육성을 위한 고도 생물정보망 구축을 구상중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고 경쟁력 있는 전문인력도 전무한 실정이다.

얼마전 슈퍼컴퓨터센터를 흡수한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에서 첨단과학정보 DB 구축의 일환으로 유전자 DB, 신약DB, 3차원 인체영상 DB를 우선 구축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장 방대하고 값진 콘텐츠가 유전자정보임을 인식한다면 이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찾는 일은 현대판 금맥을 찾는 일에 비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