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LG정보통신이 31일 공시를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합병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은 우선 전자·정보통신 산업이 네트워크화·멀티미디어화로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LG전자 관계자가 합병문제와 관련, 『디지털 부문 전자·유통과 첨단 정보통신 부문 핵심기술을 결합,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위해 LG정보통신을 통합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국내외 유무선통신 분야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규모화·대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설득력을 더해준다.
사실 LG전자는 주력사업인 가전산업이 최근 디지털화 바람으로 정보통신 기술이 필수적이어서 LG정보통신의 네트워크 기술이 가미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LG전자는 디지털TV 등 디지털 영상 가전제품을 제외하고는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IMT2000 단말기를 비롯한 CDMA 단말기와 시스템, 네트워크 장비 등 성장성과 수익성을 고루 겸비한 사업구조를 가지게 돼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되는 등 경쟁력이 크게 증대 될 수 있다.
또 LG정보통신도 주력사업인 이동동신단말기 사업의 경우 6월부터 보조금 폐지로 내수시장 규모 축소에 따라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합병함으로써 LG전자의 해외영업망을 통해 단말기 시장을 세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LG전자가 지난 5월부터 정보통신의 이동통신단말기 국내사업부를 맡으면서 시장점유율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인 사례가 이를 반증해준다.
업계에서는 LG전자와 LG정보통신의 합병 추진을 외적인 환경요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최근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과 핵심역량을 집중하도록 주문하는 등 재벌을 강하고 쥐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정부가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했는데도 불구 현대가 이를 지지부진하게 처리하다 침몰위기까지 몰린 사례를 본 만큼 LG가 외부압박 요인을 스스로 제거하기 위해 전자CU 합병을 서둘렀다는 얘기다.
또 LG가 그동안 『외부환경 등 안팎의 경영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전자CU 5개사를 통합해 나간다는 게 LG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개편의 기본 골격』이라고 밝혀온 것을 감안하면 LG전자를 주축으로 데이콤과 LG텔레콤 등 통신 서비스 회사까지 묶어 통신분야 국내 최강자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 강하다는 해석도 제시되고 있다. LG전자는 LG정보통신과 합병 하게 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지게 된다. LG전자가 단순한 가전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디지털 통신기기회사로 위상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G전자는 또 디지털 기술과 제품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IMT2000 분야에서도 시장지배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 추진을 통해 구자홍 부회장 체제가 전자그룹을 중심으로 더욱 공고해진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CU합병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에 뒤져 있는 기기, 통신 장비, 통신 서비스 시장구도를 바꿔나가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LG전자와 LG정보통신의 역량을 총집결해 내부역량을 배가하려는 일환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이는 양사 합병 추진에 따라 LG정보통신이 대주주인 LG텔레콤(24.4%)과 데이콤(23.1%) 등 통신 관련 자회사도 실질적으로 LG전자의 지배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또 LG의 거대 통신그룹호 구상에는 하나로통신(지분 약 20%)도 핵심적인 축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LG정보통신이 최근 맥슨전자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됨에 따라 GSM 사업 본격 전개에 어려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해 조기 합병을 통한 영업·기술 시너지 제고가 다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흘러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은 LG정보통신주식을 27.1% 보유하고 있는 LG전자가 LG정보통신을 흡수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합병이 성사될 경우 LG전자는 자산이 15조원으로 늘어나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최근 들어 양사간 주가 차이가 급격히 좁아진 것도 서둘러 합병을 공식화하고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가 LG정보통신과 합병을 최근 공식화하게 된 것은 시기적으로 최적기라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사업구조 조정과 영업호조로 지난해 2조여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해 합병작업에 필요한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또 최근 며칠 증시회복과 함께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주주(LG정보통신) 반발과 주식 매수청구권 부담도 상당부분 덜 수 있을 것으로 LG전자는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두 회사의 주가 차이가 5 대 1 정도였 2년 전보다 현재가 훨씬 비용 부담이 적다는 분석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LG그룹이 양사의 합병이 윈윈전략의 산물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 수를 최대한 줄일 경우 합병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곁들여진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주식시장 약세기조를 감안해 합병시기를 연기하면 매수가격이 훨씬 떨어져 결과적으로 합병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그동안 저평가된 LG정보통신의 주가가 급등할 경우 「꾀를 쓰다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며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이 더 강한 편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