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30) 벤처기업

해외 진출<20>

나는 러시아 정부의 관료들을 만나서 그것을 통합한 패키지로 엮은 우리 회사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려는 시도를 했다.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만나서 러시아 군사무기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보좌관 표트르는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그것은 먼저 러시아에 투자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 시장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투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공산주의식의 경제 침체로 최악의 상태에 처한 일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일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려고 했으며 상당수의 기계가 낙후된 상태에서 가동이 중단되었다. 민족간에 이해가 얽힌 유통망의 단절로 더욱 경제난이 심해졌다. 유통망의 단절은 공산주의 시대부터 고질적으로 있어온 일이었지만 독립국가로 분리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그것은 곡창지대인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곡물이 넘치지만 광물이나 일반 생산품이 부족했고 광물이 많이 나는 시베리아 지역에는 식량이 부족했다.

그러한 유통망 역시 자동화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내가 말했다.

『당신이 말하는 자동화 프로그램은 모든 것에 적용이 된다는 뜻인데, 유통망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표트르는 자동화 시스템의 패키지를 이룬 PCMS의 기능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소개한 책자와 기술을 소개한 연구서를 러시아어로 바꿔서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물론, 일본어로 된 것이나 영어로 된 책자는 있어도 아직 러시아어로 만들지는 못했다.

『자동화시스템의 패키지는 모든 것에 해당합니다.』

『그래요? 좋습니다. 사용하도록 하겠으니, 그 전에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십시오.』

무조건 투자를 하라는 그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투자를 종용하는 표트르 보좌관의 속마음을 알 수 없으나, 그것은 자금 압박이나 시설 노후로 인한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보였다. 아직까지도 러시아는 마음놓고 투자하기에는 위험성이 따른다는 정보 보고가 있었다. 표트르 보좌관은 내가 러시아에 100만 달러 정도 투자하면 사업의 동참과 협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직도 경제 과도기적인 상태였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과도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과 하듯이 100만 달러를 투자해서 합작회사를 차릴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