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ERP솔루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ERP협의회와 전자신문은 2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최적의 정보인프라 구축을 위한 「e-ERP 구축전략 및 솔루션페어 2000」을 개최, 국내에서 개발된 다양한 ERP솔루션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전시회에는 IBM, 오라클 등 세계 유수의 ERP업체와 맞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9개 ERP전문업체가 참가해 외산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 한국형 ERP솔루션을 직접 시연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경영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게 된다.
또 전시회와 함께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e비즈니스의 핵심 솔루션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확장ERP개념 모델이 소개되고 e비즈니스시대의 ERP도입전략과 필요성, 발전전망 등이 제시돼 국내 중소기업들이 효과적으로 ERP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인터넷 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체질을 바꿔보자.
최근들어 전사적자원관리(ERP)가 경영개선의 중요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ERP는 기업의 인적 및 물적 자원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이를 이용하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내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다. 인사·생산·자재·영업·개발·정보 등 모든 부서의 정보가 기업의 전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해외공장이나 지사간 정보교환도 원활히 할 수 있다.
종래 기업용 전산시스템과 비교하면 업무효율적인 면에서 그 효과가 크다. 재고관리나 생산관리처럼 단위업무 처리에 주로 활용되던 전산시스템보다 경영자원을 관리하는 게 폭넓고 체계적이라 할 수 있다.
ERP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했다. ERP는 자재소용량관리(MRP)·생산자원관리(MRPⅡ)·경영정보시스템(MIS) 등 자원관리 기법의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했다. 지난 70년대에 선보이기 시작한 MRP는 데이터베이스(DB)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지지부진하다가 80년대 MRPⅡ로 연결됐다. 뒤이어 80년대 중반부터는 인사·회계·자재 등 각 정보를 전산화시키는 MIS가 경영효율화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 후 기업의 경영 환경이 국제화하면서 생산 및 물류의 거점이 국내외 여러 곳에 산재하게 되고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 전사 최적의 자원관리 및 최적 제품공급 및 자재수급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ERP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ERP가 붐을 이루고 있다. 제조업·유통서비스업·금융업 등 일반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ERP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1000대 글로벌 기업 가운데 ERP 표준 패키지를 사용하는 기업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업체 중 8개 업체 이상이 ERP를 통해 기업의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GM·IBM·컴팩·엑슨·AT&T 등 내로라 하는 기업은 모두 ERP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 1억 달러 이상 되는 업체의 70% 정도는 모든 경영자원관리에 ERP를 활용하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올해 말까지 미국 업체 40% 정도의 기업이 새로운 ERP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으로 교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계 ERP 시장규모 또한 매년 3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AMR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166억 달러였던 ERP 시장이 99년에는 202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27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져 374억 달러, 2002년에는 501억 달러, 2003년에는 666억 달러로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ERP 도입이 붐을 이루고 있다. 94년 삼성전자가 처음 ERP 시스템을 도입한 후 삼성전기·LG전자·LG정유·대우·현대전자·현대건설·대웅제약 등 300여개의 대기업이 ERP를 이미 도입을 했거나 도입중에 있다. 또 중소기업도 국산제품 위주로 ERP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ERP 시장은 97년 777억원의 시장을 형성한 후 98년 IMF 경제상황에서도 매년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급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98년 1188억원, 99년에는 1864억원 규모나 됐으며 올해에는 3023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RP 시장은 다른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비교해서 결코 작은 시장은 아니다. 이는 전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7년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5조47억원)의 1.55%에 그쳤던 ERP 시장은 지난 99년(5조9193억원)에 3.15%로 2%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이 올해에도 그대로 반영돼 적어도 5%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ERP 시장은 외국계 컴퓨터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이 분야 선두기업은 SAP코리아다. 지난 95년 말 한국에 진출한 뒤 삼성전자를 비롯 50여개 업체에 『R/3』라는 ERP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성가를 높이고 있고 이에 한국오라클이 DB에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SAP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SAP와 오라클 이외에 SSA·바안·컴팩·QAD코리아·한국사이믹스비즈니스센터·TX베이스코리아 등 업종별 특화, 고속 구축 전략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국내에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ERP 업체가 이른바 「한국형 ERP」라고 하는 제품을 내놓고 나름대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외국계 업체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삼성SDS는 그룹의 경영 노하우를 살린 ERP 솔루션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수많은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컴팩·휴렛패커드(HP) 등 제휴업체와 활발하게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하이네트 ERP 전문업체로 지난해 이레전자·제니스유통·중앙전자통신·세화 등에 ERP를 구축해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림원소프트랩도 ERP 전문업체로 명성에 걸맞게 나름대로 시장을 개척한 롯데제과·태진미디어 등의 ERP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한국정보시스템도 현대디지털테크·미래산업·금복주 등 굵직굵직한 업체의 ERP 구축을 마무리, 뉴소프트기술도 제이스텍 등 10여개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인성정보와 케미스·소프트파워·한국하이네트·포스데이타 등도 한국적인 업무관행과 관습을 ERP 솔루션에 반영한 제품으로 각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을 통해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ERP 시장은 앞으로 외국계 업체와 국내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아직 도입 초기 단계라는 측면에서 장래 잠재 시장규모가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외국계 업체가 아시아적 경영관행을 반영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동안 ERP를 도입한 기업이 자재관리와 구매관리는 물론 회계원가 분야와 물류 유통 분야에서 기존 전산시스템보다 활용도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도 앞으로 ERP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ERP는 이제 우리나라 기업의 첨단 경영관리기법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를 활용할 경우 생산과 개발 과정의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고 정확한 정보공유로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ERP를 도입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