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타임 전자우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스턴트 메시징(IMS)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기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는 업체들간 연동문제가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특히 IMS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수많은 경쟁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사의 AIM과 ICQ 네트워크를 개방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IMS는 서비스 업체간에 상호 연동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회사에 가입한 사람끼리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두 회사에 모두 가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야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MS 후발업체들은 상호 연동 및 표준 제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 문제는 절대적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는 AOL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
AOL은 겉으로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이 보장된다면 누구와도 협조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자사의 서버에 대해 허락 없는 접근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MS가 MSN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사 고객들이 AOL의 AIM서비스 이용자들과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프로토콜을 연결했었다. 그러자 AOL은 이를 즉시 차단시켰으며, 사전 허가 없이 서버를 해킹했다며 MS를 맹비난했다. 결국 MS는 지난 11월 AIM과의 연동을 포기했고 이 때문에 양사는 앙숙관계가 됐다.
AOL이 서버의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은 절대적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마당에 문을 열어봐야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실제로 AOL은 AIM가입자 9100만 명과 ICQ 가입자 6240만 명 등 1억5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갖고 있다. 가입자 수가 적은 업체들에 네트워크의 문을 열어 굳이 자사 가입자들과의 차별성을 없앨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AOL의 네트워크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 CMGI의 아이케스트와 트라이벌 보이스는 연방통신위원회(FCC)에 AOL의 네트워크를 개방하도록 촉구해달라는 문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 개최된 「인스턴트 메시징 2000」 콘퍼런스는 한마디로 AOL의 성토장이었다. 참석회사들은 AOL이 AIM과 ICQ 네트워크를 오픈하기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독자적인 공동의 표준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야후는 오랜 침묵을 깨고 『AOL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간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일갈했다.
이처럼 AOL과 경쟁회사들간의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로운 변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로 다른 회사들의 IMS를 상호 연동시켜 주는 소프트웨어들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는 것.
스웨덴의 마이솔루션은 최근 「MyCQ」라고 명명된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는데 이는 여러 개의 메시징 서비스를 한번의 로그온으로 모두 연결시켜 줄 수 있다. 또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오디고는 지난달 31일 AOL의 AIM과 ICQ를 연동시켜주는 소프트웨어(오디고 2.5)를 출시했다.
그 동안 자사의 서비스인 AIM, ICQ와도 연동을 하지 않았던 AOL이 이 서비스 출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심사다. AOL은 그 동안 두 서비스간 연동의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연동시키겠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이를 미뤄왔다.
그런데 이제 오디고가 「오디고 2.5」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AOL의 코밑에 들이민 것이다. AOL로서는 참으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오디고가 AOL로부터 냉대를 받을지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 제품의 출시는 IMS 표준 마련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