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49.6% 증가한 42조원에 달해 세계 반도체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칩 업체인 인텔이 약 6조3000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며 세계 최고의 반도체 수탁업체인 TSMC가 5조원에 육박하는 신규 투자를 추진중에 있는 등 미국·일본·유럽·한국·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은 공전의 호황 국면 속에서 설비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산업은 활발한 IP투자를 배경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인텔은 주력인 PC용 MPU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과 함께 플래시메모리의 판매도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음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1조원 이상을 설비증설에 추가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인텔의 올 설비투자는 약 6조3000억원이라는 설립 이래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텔에 이어 모토로라도 이동전화 단말기 등 네트워크 관련 칩의 생산확대를 위해 2조8500억원 상당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며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 및 아날로그 칩의 증산에 2조60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또 마이크론은 128M∼256M D램의 라인을 신설하는 데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며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스(AMD)는 신형 칩인 애슬론의 판매호조에 따른 라인증설과 플래시메모리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8800억원을 신규 투자한다.
장기침체를 경험한 일본 반도체업계도 이 같은 세계 동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체 7사의 올해 총 투자액은 99년의 7조5000억원보다 약 35% 늘어난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의 설비투자는 과거와 같은 D램 중심이 아니라 플래시메모리 및 각종 시스템LSI 등 디지털 정보가전용 반도체로 이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NEC는 전년 투자액인 1조5000억원보다 33% 증가한 2조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도시바는 전년의 9500억원에서 36% 증가한 1조3000억원을 설비투자에 투입한다. 또 히타치는 일본 업체 중 최대 투자액인 2조500억원을 신규 투자액으로 설정한 상태다.
후지쯔는 전년의 9000억원에서 77% 증가한 1조6000억원, 미쓰비시전기도 전년 대비 75% 늘어난 1조원을 각각 투입한다. 단지 소니만 유일하게 전년의 1조6000억원보다 약 51% 줄어든 7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반도체업계는 아날로그IC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2조3000억원을 신규 투자해 전년의 1조5000억원보다 53%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필립스·인피니온 등이 전년보다 늘어난 설비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한국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양사가 전년 대비 75%나 설비투자를 늘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 2조원에서 2조6000억원, 현대가 지난해 대비 무려 187% 늘어난 2조3000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한편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주요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 투자동향은 수탁생산 양대 산맥인 TSMC와 UMC가 투자 수준을 크게 늘린 것이 주목된다. TSMC는 지난해 대비 87% 증가한 4조73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UMC는 지난해 2조원에서 43% 늘어난 2조8600억원 정도가 설비투자에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만은 최근 반도체 투자 규모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 반도체산업이 2010년까지는 국제분업화가 가시화돼 전체 생산의 60∼70%를 수탁생산업체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대만 업체들의 동향이 특히 주목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