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네티즌 수가 어느덧 1500만을 돌파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솔루션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의 주가가 주춤한 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늦은 밤에도 벤처밸리의 불은 꺼질 줄 모르고 있다. 대기업도 이에 뒤질세라 e비즈니스를 위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 인터넷 관련 솔루션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발길이 늘어난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가 정보시대의 선진국 자리 하나를 예약하기라도 한 것 같다. 70년대 「산업입국」에 이어 21세기 「정보입국」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이같이 신문지상에 연일 보도되는 e비즈니스 관련 소식은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은 물론,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보통사람마저 막연한 기대에 부풀게 한다. 하지만 그 정보입국을 실현할 e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와 같은 희망이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만하면 됐어』하고 자신을 갖기에는 우리들이 이루어 놓은 것, 우리가 가진 것이 경쟁자에 비해 너무나 뒤져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e비즈니스의 활성화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수는 아직도 2000여개에 불과하며 인구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100분의 1에서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한 거래량 역시 판매, 중개액은 물론 광고수입까지 합쳐도 연간 1조원 남짓으로, 전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의 0.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낙후된 통계조사 수준과 설문조사에 대한 일부 응답자의 불성실한 응답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수준도 과대 평가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e비즈니스를 떠받치는 하부구조인 동시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통신과 물류는 더욱 열악하다. 최근 발표된 아시아 주요국가의 IT 인프라 경쟁력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 고속통신망 보급률이나 회선속도는 싱가포르나 홍콩에도 뒤지는, 아시아에서 중상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는 거의 절망적이라 할 상황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지속됐던 범국가적 물류 경쟁력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다 되도록 정작 피부에 와닿는 개선효과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e비즈니스에 있어 물류의 주역은 정보화와 자동화로 무장된 첨단 물류센터가 아닌 「오토바이 부대」다.
비관론에 빠지거나 아직 태동기에 있는 우리 나라의 전자상거래 관련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며 e비즈니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못지 않게 그것을 구현해줄 하부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정보시대에 미국이 다시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자의 자리를 되찾은 것은 아마존이나 e베이 같은 닷컴 비즈니스가 전세계 e비즈니스를 선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떠받치는 오라클이나 시스코 같은 인프라 기업이나 실리콘밸리 같은 산학협동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본조차 따라잡으려면 매년 10조엔씩 투자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하는 통신·물류·금융에 이르는 거대한 사회간접자본에 주목해야 한다.
흔히 『인터넷은 시스템』이라고 한다. 성공적인 e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콘텐츠와 함께 그것들이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IT, 물류, 나아가 금융·자본 시장의 유기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태동기일수록 뿌리부터 다지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는 코스닥 주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전력투구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과감한 투자와 일관된 노력으로 인프라 경쟁력을 착실히 쌓아나갈 때 한국 e비즈니스 웅비의 날도 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