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e비즈니스합작사 설립

국내외 여러 기업이 잇따라 전자상거래(e비즈니스)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합작법인 설립에 나섰다는 보도다. 최근 한달 사이에 나타난 움직임만 보더라도 휴렛팩커드·NEC·삼성전자 등이 주축이 된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합작법인 이하이텍의 설립을 필두로 IBM·에릭슨·LG전자 등이 공동 출자하는 이투오픈닷컴이 출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국내에서도 한국통신·현대그룹·포항제철 등이 소모성 자재 전문 B2B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는가 하면, 이달 들어서는 LG상사 등 대기업을 포함해서 한솔CSN·옥션 등이 캐나다의 데카르트시스템그룹을 끌어들여 대규모 인터넷 물류 합작법인 e프레임코리아를 설립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새로 설립되는 합작법인들은 자본금만 수백억∼수천억원 규모이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당장 출자사의 주력 품목과 관련한 온라인 공동구매망과 통합 물류 플랫폼 등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들은 또한 온라인망을 통해 구매비용을 대폭 절감함으로써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B2B 시장을 선점한다는 분명한 비즈니스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른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또는 「부익부 빈익빈(Winner takes it all)」이 강조되는 e비즈니스의 특성상 매우 설득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e비즈니스의 거품 논쟁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새로 출범하는 합작사들의 운영 목표가 뚜렷하며 B2B 방식의 수익모델 역시 비교적 안정된 물적 기반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는 가입자 수 늘리기나 광고유치 등으로 거품논쟁을 불렀던 기존 비즈니스와는 차별된 것으로 e비즈니스가 비로소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움직임을 막대한 자본과 제조 기반을 갖고 있는 이른바 오프라인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인터넷이 비즈니스의 수단일 뿐, 비즈니스 그 자체는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또한 나아가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만이 비즈니스 성공의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말을 빌면 e비즈니스는 기업들이 앞다퉈 인터넷을 도입하던 제1단계(95∼98년)와 당장 수익은 없지만 미래가치를 따지며 양적 성장을 주도했던 제2단계(99∼현재)를 지나 이제는 질적 성장, 즉 얼마나 수익을 내느냐를 중시하는 제3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즉 그동안 곳곳에 만연해 있던 거품이 걷히기 시작했으며,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은 바로 이 3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e비즈니스 분야에서 상호협력를 통한 기업들의 전략적 모색은 앞으로 더욱 보편화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의 전략적 모색이 증가할수록 시장경쟁은 더욱 복잡해지고 정교해질 것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제 일장춘몽격의 아이디어나 핵심역량이 부족한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더이상 발을 붙이기기 어렵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