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판매 안함」 「휴가중」
요즘 이동전화대리점에 유리창에 붙은 문구들이다.
단말기 보조금 폐지 이후 이동전화대리점, 유통점은 일손을 놓고 있다. 심지어 일주일째 「휴가중」인 곳도 있다.
휴가를 간 것인지, 아니면 폐점을 한 것인지 도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100여m마다 짧은 치마를 입고 춤을 추며 「공짜」를 외치던 도우미들도 사라졌다.
매장 전시대에도 단말기는 아예 없다. 30여만원씩 하던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된 이후 대리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이는 「단말기 보조금 폐지 전에 새로운 단말기로 바꾸자」며 줄을 섰던, 그래서 대리점 전산망까지 다운시키는 사태를 겪었던 상황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동통신업계는 국내 20여년의 무선통신역사 가운데 지금 우리는 단말기보조금 폐지제도에 따른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유통업계는 단말기 보조금폐지로 이동전화서비스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불만이다. 제조업체에서는 단말기 보조금 폐지가 얼마나 가겠느냐는 질시의 소리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핵심부품 수입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고 올바른 통신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내 이동전화는 CDMA 상용화 성공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허약한 체질을 갖고 있다.
폭발적인 내수 성장세에는 단말기 보조금 제도라는 전대미문의 영업정책이 큰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로 인해 국내 정보통신 업계가 크게 부흥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언제까지 이러한 비정상적인 구조로 정보통신분야를 발전시킬 수는 없다. 이동통신의 발전은 신기술 개발, 서비스 개발, 고객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 확보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정보통신 업계에서 일고 있는 거품 걷어내기는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거품 걷어내기 작업에는 허약한 유통구조와 제조업체의 체질개선, 이동전화사업자의 서비스 개발이 전제된다. 단말기 보조금 폐지는 그런 의미에서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