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33) 벤처기업

해외 진출<23>

언제부터인지 나는 기업 경영을 하나의 예술로 보기 시작했다. 예술의 본질은 아름다움이나 선함에 대한 추구이고 그것은 결국 인간 구제라든지, 감동과 연결이 되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궁극에 가서는 인간 구제에 도달하며, 그 역시 아름다운 감동을 주는 종합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사십대의 중년에 들어서면서 축적한 재산을 베풀고 싶어졌다. 기업의 본질이 인간 구제에 있기 때문이다. 베푼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겠지만, 우선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실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향 사람들 중심으로 모여서 장학회를 만들었다. 돈이 있는 기업가는 돈을 내놓고, 달리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각기 처해 있는 입장에서 도왔다. 주로 기업가가 많았으나, 건축 설계사,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 정치인, 교육자, 언론인, 공무원들로 구성되었다.

연구실의 윤 실장과 총무 이사, 그리고 실무를 담당할 몇 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나는 하얼빈으로 갔다. 하얼빈 공항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데, 길가에 서 있는 앙상한 버드나무에 고드름이 달려 있었다. 눈이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추운 날씨였다. 하얼빈의 한겨울은 영하 사십도를 오르내리며 매섭다.

공항에는 만토집단의 부총재 왕씨를 비롯한 간부 몇 명이 나와서 우리를 맞이했다. 그들이 제공한 승용차 편으로 호텔로 갔다. 일단 여장을 풀고 잠깐 쉬고 있을 때 그곳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토지개발의 유림 회장이 찾아왔다. 그는 조금 전에 만토집단과 합작 회사 일이 성사된 사실을 알았다고 하면서 기뻐하였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지. 늦된 자가 앞선 자를 능히 앞지를 것이니. 나보다 늦게 접촉을 한 자네가 만토집단과 합작회사를 만들었네.』

『그것이 모두 형님 덕분입니다.』

『내가 뭘 한 일이 있나? 이제 본격적으로 송화강 사업을 하겠군? 』

『송화강 사업을 목적으로 합작회사를 만든 것입니다만, 아직 넘고 넘어야 할 고개는 많습니다. 성장과 다시 교섭을 해야 하지요.』

『자네는 아직도 중국을 모르나? 만토집단의 총재를 비롯한 구성원이 누구인가? 바로 성 정부의 고위층이고, 그 출신이며, 그 형제 자제들이야. 만토집단과 일을 함께 하기로 했다는 자체가 바로 성정부와 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의미이지.』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늦된 자가 앞지른다는 말이 나오니 선배의 질투를 줄이기 위해 짐짓 모른 척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