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好事多魔).
정보통신부가 이른바 디지털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의 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고사성어였다.
정통부의 공식발표가 아니었기에 한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토는 해볼 수 있는 안이 아니냐』며 법률제정 추진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정통부는 이같은 법률안을 제정키로 하고 곧 산학연연구작업반을 편성, 오는 10월 말까지 법률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화관광부 관계자를 찾았다. 예상대로 펄쩍 뛰면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검토단계라 하더라도 주무부처인 문화부를 제쳐놓고 관계법령을 제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통부의 방침에 강력히 반발했다.
정통부가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정통부가 육성하겠다는 디지털 콘텐츠는 문화부의 영화·음반·게임 그리고 멀티미디어 문화 콘텐츠와 그리 다르지 않다. 굳이 설명하자면 문화부의 그것에 DB구축과 IP/CP부문을 합친 것을 의미한다는 생각이다.
현재까지는 검토단계 수준이라고 하니 뭐라 말할 순 없으나 양 부처의 이기주의가 고개를 숙이지 않은 한 결론은 뻔하다. 정통부가 입안 자체를 포기하거나 문화부의 영역을 배제한 채 절름발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 또는 문화부가 별도의 유사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경우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무엇보다 콘텐츠 산업이 현재의 문화부·정통부 업무로 구분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법을 만들자면 양 부처의 통합법률이 나와야 한다.
모처럼 좋은 입법이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무산되거나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악법으로 변질되는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며, 그 출발은 양 부처 관계자들이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대국적인 견지에서 머리를 맞대고 묘수를 찾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PC방 등록 문제나 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콘텐츠의 심의주체 문제와 같이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양 부처의 역할분담과 공조체제가 절실한 상황임에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의도가 어디에 있든 결국은 양 부처의 주도권 다툼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