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품소재산업 육성 서둘러라

정부가 그동안 정부입법으로 추진해 온 부품과 소재산업 육성 특별법을 최근 당정간의 협의를 통해 의원입법으로 추진키로 했다는 보도다. 이같은 방향 선회는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가 이를 정부입법으로 추진할 경우 재정경제부나 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자칫 잘못하면 부처간의 이해갈등만 증폭되고 이로 인해 당초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한다. 더욱 세제혜택이나 중소기업 범위기준 및 신용보증 우대지원, 공공부문 우선구매, 병역특례 배정인원 등 숱한 현안을 한 부처가 맡아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여당에서도 부품소재산업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늦어도 8월중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급격하게 변하는 기술발전 추세 속에서 해외경쟁력이 취약한 부품과 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입법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의 수입의존도가 너무 높아 최근 무역수지 흑자폭을 줄이는 한 요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는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경쟁력이 취약해 완제품의 생산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 부품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내수와 수출이 느는 휴대폰의 부품 국산화율은 20%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20억달러 어치를 수출하면 15억달러 어치의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게 우리의 산업구조다. 우리나라의 수입에서 부품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7년 3% 수준이었으나 99년에는 30%대로 늘어나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에 대한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 마련은 시급한 현안이었다.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은 우선 우리의 기술수준과 산업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쟁력 있는 품목을 우선적으로 국산화하도록 해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산화한 제품에 대해서는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외국산과 별 차이가 없다면 국내 완제품업체들이 우선적으로 제품을 사용하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생산해도 제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없다면 부품소재업체의 지속적인 성장이나 시장확대는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거론되는 부품소재업체에 대한 세제혜택이나 공공부문 우선구매, 신뢰성 보험제도 도입 등이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미 민관합동으로 구성한 부품과 소재산업발전기획단의 운영을 활성화해 관련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이를 냉정하게 분석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만에 하나 부처간 이기주의나 권할권 다툼이 재연돼 당초 부품소재산업 육성이란 취지가 퇴색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번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의원입법이 부처간 이해득실이나 정치권의 정치논리와 무관하게 실질적이고 차질없이 추진돼 국산 부품소재산업의 자립을 이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