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포털플레이어, PC 사용 않는 디지털 음악 칩 개발

【본사 특약=iBiztoday.com】 실리콘밸리의 한 신생업체가 음악 애호가들이 PC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반과 CD의 음악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

샌타클래라에 있는 포털플레이어(http://www.portalplayer.com)는 이번에 개발된 자사의 칩과 소프트웨어로 인해 첨단 휴대형 카세트와 가정의 스테레오 기기를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시키고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 공간에서 디지털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년 전 반도체 회사인 내셔널세미컨덕터의 전직 임원들이 설립한 업체로 음악기기 시장에 자사의 칩을 공급중인 시러스로직과 마이크로나스 세미컨덕터 홀딩,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대형 반도체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현재 디지털 파일 형태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은 반드시 PC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복사본을 만들거나 CD를 통째로 저장해야만 한다. 이 음악들은 PC를 통해 듣거나 디지털 파일로 변환시켜 휴대형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로 듣게 된다.

시장조사회사 포워드콘셉츠에 따르면 휴대형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시장은 올해 300만대에서 2002년에 거의 4배인 110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실 지금까지 디지털 음악은 주류가 아니었다. 휴대형 MP3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는 컴도사들이나 냅스터와 같은 온라인 음악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포털플레이어와 같은 기술로 인해 PC를 가정의 스테레오 기기로 생각하지 않는 애호가들도 디지털 음악에 심취하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디지털 음악 시장은 매우 크지만 컴퓨터로만 들을 수 있다면 이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나 컴도사들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MP3플레이어와 PC와의 연결고리를 깨야만 모든 사람들이 최후의 워크맨으로 MP3플레이어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털플레이어는 어떤 제조업체가 자사의 칩을 사용키로 합의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칩의 디자인을 본 분석가들은 『적어도 일부 업체들이 이 칩을 이용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털플레이어 칩을 채택한 최초의 상용제품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기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오디오 시스템과 유사한 모습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플레이어 마케팅담당 마이클 마이어 부사장은 『기존 제품과의 차이점은 음반CD나 라디오, 몇 종류의 디지털 음악 파일을 들으면서 동시에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 디지털 음악 파일들을 전송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기술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70∼80초 정도에 손쉽게 디지털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5분짜리 음악을 56Kbps급 모뎀으로 전송 받으려면 약 1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 오디오 기기에는 동시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인터넷 작업을 위해 타이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인터넷 접속은 한밤중에만 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마이어 부사장은 『시간만 정해놓고 오디오 기기를 잠시 놓아두면 해당 사이트에 연결해 음악을 전송 받고 작업이 끝나면 다시 작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포털플레이어의 칩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1년 전 100개 이상의 음반회사와 가전, 정보 기술업체들이 합의해 만든 「보안디지털음악연대(SDMI)」가 정한 규정을 따르고 있다. SDMI의 규정에 의해 제작된 기기는 음반업계가 걱정하는 지적재산권 무단 도용을 막아준다.

그러나 디지털 음악이 주류가 되는 데에는 아직도 걸림돌이 많다. 시중에 나온 99달러짜리 휴대형 오디오 기기는 플래시메모리를 통해 CD급 음질을 보장하고 99달러짜리 「아이잼(iJam)」도 8MB의 메모리를 달아 15분 정도의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구매자가 99달러를 쓰고서도 2, 3곡 정도의 음악밖에 들을 수 없다면 성공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휴대폰과 휴대형 컴퓨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형태의 플래시메모리 저장장치도 값이 비싸 내년까지는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의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칩 디자이너들의 기술 혁신과 함께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면 오디오 소프트웨어와 첨단 반도체는 지금의 CD플레이어의 레이저와 같이 디지털 음악기기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스티브전기자 steveju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