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마이크로소프트 분할 판결과 빌게이츠 회장

【본사 특약=iBiztoday.com】 마이크로소프트(http://www.microsoft.com)가 미 연방지법 잭슨 판사<사진>로부터 시장독점을 이유로 2개 회사로 분할토록 판결 받은 이유는 어쩌면 간단한 수수께끼 풀이나 같다.

어쩌다 이 같은 곤경에 빠졌는지는 미 법무부의 제재안이 나오던 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늘어놓은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정부의 제재안에 대해 거침없이 터뜨린 게이츠 회장의 불만을 들어보자. 『이 같은 규칙하에서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결코 윈도를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피스 팀과 윈도 팀의 공동 노력이 없었다면 윈도를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과거를 익히 아는 사람들은 그의 발언에 입이 딱 벌어졌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 엑셀과 같은 오피스의 전 단계 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자사의 운용체계 개발 팀과는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작업을 벌였노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운용체계 팀의 동료들과 「만리장성」같은 벽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경쟁사 프로그래머들이 서로 교환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정보에만 의지해 개발작업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의 말을 빌리면 두 개발 팀간의 분리는 정교의 분리만큼이나 확고한 사안이었다.

경쟁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문서로 띄우지 않은 API를 숨겨두고 있었으며 오직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래머들만이 운용체계의 내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한 게이츠 회장의 답변은 한마디로 「천만의 말씀」이었다. 그러던 게이츠 회장이 양 팀간의 교차협력이 없었다면 윈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개발된 윈도의 원판이 「오피스 개발팀의 훌륭한 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는 걸까. 물론 초기의 오피스는 지금처럼 한 묶음으로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경쟁이 가장 치열했었고 『우리의 응용프로그램은 내부 정보에 의지해 개발한 게 아니다』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도 요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행여 게이츠 회장은 초기 원판이 아니라 오피스가 응용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시장을 장악한 시기에 나온 윈도95나 98만을 지칭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를 결코 개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진술은 우스꽝스럽다. 윈도는 한결 세련된 95년도와 98년도 판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어법을 어떻게 해석하건 게이츠 회장의 발언에서는 이중적 사고와 교언의 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그러나 그에게 곧이곧대로 느낀 바를 전하려 들지 말라. 지난달 28일 그가 서슬 푸르게 단언하지 않았는가, 『정부의 제재안은 컴퓨터업계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사람의 작품』이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산업을 정확히 꿰는 두뇌파들로 가득 차 있으니 우리 같은 청맹과니들, 예컨대 전문 변호사와 법무부 관리들,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 기자들, 경쟁사들과 소프트웨어 소비자들은 그저 입 꾹 다물고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는 대로 놓아두어야 한다.

게이츠 회장의 계속되는 메시지는 한 술 더 뜬다. 이건 우리들의 게임이고, 일을 해나가면서 우리가 알아서 규칙을 정한다.

바로 이 같은 오만한 태도가 독점금지법 재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변론을 자폭시켰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이 번복될 것으로 자신한 게이츠 회장은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에 고법과 대법에서도 원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글쎄, 그건 대법원 역시 소트프웨어 산업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일 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송을 잃을 수는 있지만 절대 우월감을 잃지 않을 것이다.

가장 서글픈 일은 이 같은 상황이야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도자들이 실제로는 별로 똑똑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감정의 피해자들이다. 그들 자신의 기업문화라는 심리적 벙커에 빠져 스스로를 법의 구멍 속으로 더욱 깊숙이 밀어넣고 있는 꼴이다. 정부의 제재안이 허점 투성이라는 논리적 변론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법무부와 소송에 참여한 17개 주정부가 내놓은 시정조치 제재안은 구멍 투성이었다. 이들은 케케묵은 규정이나 정부의 감독 따위를 염두에 두고 마이크로소트프의 분할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조 시정」이 아닌 「행위 시정」은 약 발이 안 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분할안을 지연시킬 것을 우려한 미 법무부는 행위 시정 차원에서 이 회사가 따라야 할 기나긴 운영규칙을 제시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 마이크로소프트의 책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잘못한 게 없다고 강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운영규칙을 시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업체와 응용소프트웨어 업체로 신속히 분할돼 잠정적 행위 시정책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해도, 요즘처럼 인터넷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기업 분할이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지 알 도리가 없다. 둘로 나뉘어진 오피스와 윈도는 모두 수익률 높고 성숙한 기업들로 남을 것이다. 이들은 각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업을 발진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말 분할된다면 양분된 회사 중 게이츠 회장이 택한 쪽은 인터넷기반 사업을 리드할 게 분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지적재산권을 넘겨주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을 어긴 회사에 벌금을 물리는 것에 비해 더도 덜도 잘못된 게 아니다. 그리고 게이츠 회장은 분명히 상황을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분할된다 해도 여전히 대단한 이점을 안고 시작할 것이다. 막강한 브랜드들보다 더 많은 유동성 자금을 갖고 있고 능력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발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일하게 포기해야 할 것은 독점상품과의 시너지 발생 관계다. 그게 바로 이번 재판의 쟁점이 아니겠는가.

사진설명,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가 마이크로소프트를 2개 회사로 분할하라고 판결한 후 법정을 걸어나오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빌 게이츠 회장의 일그러진 얼굴표정이 우스꽝스럽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