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이코노미2000」 보고서

엊그제 미국 상무부가 발간한 신경제보고서 「디지털이코노미2000」은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올들어 본격적으로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98년과 99년에 이어 세 번째 발간된 「디지털이코노미2000」은 지난 95년 클린턴행정부가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기반의 신경제(New Economy) 정책을 적극 추진한 이후 나타난 성과와 산업공헌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신경제란 고성장속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인플레이션을 기술의 발전을 통해 억제함으로써 기복 없는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제논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인터넷 분야의 매출이 전통적으로 미국경제를 떠받쳐온 자동차·에너지 등을 크게 능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산업공헌도면에서도 인터넷 분야 매출 비중은 지난 수년간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실질적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경제가 불과 몇년만에 신경제체제로 완전 탈바꿈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한 크게는 경제성장, 작게는 산업육성을 위해 정부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전자상거래 등의 교역량 확대를 위한 일관된 관세관련 정책을 추진하거나 숙련된 IT인력 육성을 위해 꾸준한 예산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디지털이코노미2000」은 비록 미국을 중심으로 엮어진 내용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세계사적 측면에서 디지털경제의 전환에 대한 당위성을 일깨워 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침서로서 손색이 없는 듯하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권역의 국가들이 지난 98년과 99년판 보고서에 자극받아 속속 디지털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 것은 좋은 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이같은 흐름을 직시하고 그 흐름의 중심에 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디지털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벤처육성 등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인 것이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각양각색의 능력과 자질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의 디지털경제는 아직 「디지털이코노미2000」의 그것처럼 구체적인 진행과정이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단계가 못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우리 경제가 아직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일반 경제논리 차원이 아니라 IT분야를 성장의 축으로 끌어들이는 데 대한 지혜나 유연성의 부족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관련 부처의 청와대 업무보고 등이 구체적 방책보다는 피상적 구호나 선언적 수치계획에 그치고 마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디지털이코노미2000」 보고서는 클린턴행정부의 신경제에 대한 집요하고도 치밀한 경제정책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런 결과는 정부가 산업을 직접 통제하거나 간섭해서 나타날 수 없을 뿐더러 무작정 시장논리에 맡겨둬서도 가능한 일이 아닐 터이다.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에서 하루 빨리 「디지털이코노미2000」과 같은 보고서를 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