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정보통신부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정책 방안 초안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정부의 구체적 정책 의지가 담겨 있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널리 알려진 상식수준의 각종 시나리오로 일관하고 있어 말 그대로 여론 수렴을 위한 백지 상태의 종이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때문에 정책 의지 실종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정통부는 『여론 수렴을 위한 초안에 세세한 정책의지를 담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업계의 실망감을 풀어주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안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의외로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IMT2000은 현 2세대 이동전화와 의무적으로 로밍을 실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2세대(CDMA)와 3세대(IMT2000) 망간 로밍이 가능할 경우 IMT사업자는 대도시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망을 구축할 수 있어 초기 과잉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이같은 제도를 시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이와 함께 IMT2000에 신규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기존 사업자에게 IMT2000 신규사업자에 대한 로밍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정통부의 견해를 동기 표준에 강한 집착을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설사 정부가 동기와 비동기 모두를 복수 표준화, 사업자 자율 선택에 맡기더라도 비동기를 추진하는데는 현실적인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2, 3세대간 로밍을 의무화한 유럽 각국의 경우 망 진화 성격이 강한 비동기(GSM)방식간 로밍이지만 한국은 기술배경이 전혀 다른 동기(CDMA)방식과 비동기식의 로밍이라는 점에서 시행 착오는 물론 예산과 인력의 낭비도 우려된다.
물론 이 정도의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굳이 비동기를 고집할 사업자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정부의 내심은 동기식에 모아졌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때문에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에서 사업자 수 못지 않게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사업자 수와 관련, 정통부 초안은 언뜻 3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통부 초안에는 「사업자 수 대안별 종합비교」라는 도표가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3개 사업자가 △수요 및 사업성 △주파수 공급 △중복투자 최소화 등 3개 항목에서 적합판정을 받았고 △경쟁촉진 부문에서만 중간 점수를 얻었다.
4개 사업자의 경우 경쟁촉진 항목만이 적합할 뿐 수요 및 주파수 공급은 중간, 중복투자문제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같은 의견이 최종안으로 확정된다면 현재의 여건상 신규사업자(한국IMT2000)의 진입은 불가능해 진다.
그러나 안병엽 장관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 3개안에도 단점은 있다』며 『예단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해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실제로 정통부 초안에는 기존 이동전화사업자 가운데 3개를 선정하면 「특혜 부여」라는 논란이 예상되고 그래서 「적정 수준의 출연금 부과」 「주주참여의 다양화」라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혜 논란」은 정부가 가장 피해가고 싶은 「아킬레스 건」이다. 이미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후유증을 톡톡히 치룬 정통부다.
이때문에 정통부는 초안에도 적시했듯이 기존 이동전화사업자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3개를 선정하는 방안을 내심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동전화 사업자 수 증가를 억제, 수익성은 물론 중복과잉 추자 시비도 막을 수 있으며 특혜 시비 불식, 특정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소기업 육성, 국민주주제를 통한 국민기업화를 내걸고 있는 하나로-온세 중심의 한국IMT2000의 향배가 주목거리일 수밖에 없다.
정통부가 컨소시엄 형태의 3개 사업자에 치중한다면 결국은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인수, LG컨소시엄에 포함시키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LG그룹은 현재 하나로통신의 지배주주는 아니지만 1대주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LG 역시 자금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하나로 인수가 쉽지 않고 기간통신사업자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주식 분산,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을 전략적으로 고사시킨다는 비난이 일 수도 있다.
아무튼 바둑의 묘수 풀이에 해당하는 IMT2000사업자 선정 방식은 여론의 흐름이 키를 쥐게 됐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