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합 공동브랜드의 성공조건

용산 전자단지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 최근 PC에 대해 공동브랜드를 도입키로 해 PC유통업계에서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조합이 추진하는 공동브랜드사업이란 조합원들에게 조합이 인정하는 부품과 주변기기를 사용토록 하며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조립PC업체가 책임을 지고 최종적으로 조합이 사후보장을 해준다는 것.

조합의 이같은 사업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유명브랜드에 비해 날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조립PC업계의 활로모색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비정품」 「불법복제의 온상」 등 용산이 갖고 있던 나쁜 이미지를 조합이라는 공신력 있는 단체가 인증마크를 부여함으로써 고객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조합의 PC공동브랜드는 조합의 영문 이니셜을 딴 「YEMPC」. 이미 마크도 도안하는 등 실행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다음달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사업이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가지 사안이 전제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 문제다. 수많은 조립PC업체들마다 사양이 모두 다를텐데, 일부 업체가 품질이 낮은 제품을 공급할 경우 공동브랜드인 「YEMPC」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추락하게 될 것이 뻔하다. 이에 따라 조합은 조립PC업체는 물론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협력업체로 등록시켜 품질관리를 엄격히 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전국적인 AS망을 갖춘 유명브랜드 PC에 대응력을 가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홍보와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일부 조합 관계자들만 참여해서는 역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기 십상이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공동브랜드는 그 특성상 상표권에 대한 소유권 분쟁 소지가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우며 일부 업체가 부도날 경우 이미지 추락이 우려되는 등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용산 조합은 유사제품군으로 묶여 있고 지역적으로도 밀착돼 있어 성공가능성이 높다. 과거 신발공업협동조합이 「귀족」이라는 공동브랜드 상품을 내놓았다가 실패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활전자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