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정보원 趙興坤 선임연구위원
벤처기업이란 지식산업을 모험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 경영하는 산업이라 정의할 수 있다. 또 지식산업이란 최신 첨단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확보함은 물론 「환경적으로 건전한 지속 가능한 개발(environmentally sound sustainable development: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신조어)」이라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생산활동에서 우선 고려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이 역동성을 가지고 국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력과 기업가 정신 및 환경적 측면에서 전통 제조업보다 경쟁우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내용은 많은 벤처기업인에게 「벤처기업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 기업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고, 소수 구성원만이 아는 특별한 아이디어나 노하우에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발표된 기술정보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라는 놀랍고도 걱정스러운 고정관념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고도 정보사회에선 벤처기업이 더욱 주목받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고도 정보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제조업자의 기술자극적(technology push) 아이디어에 의해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보다는 고객 중심의 시장유인적(market pull) 기술개발에 필요한 지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경우 기술정보가 중요해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개발한 것을 파는 것이 아닌 팔리는 것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오히려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기술정보를 다른 경쟁자보다 얼마만큼 앞서 찾아내 활용하느냐에 의해 벤처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개발해 에너지절약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털링 기관(stirling engine)은 지금부터 정확히 184년 전인 1816년 영국에서 발명된 정보를 근래에 조사·분석해 기술개발로 연결한 것으로 과거의 원천 기술정보가 현재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좋은 예다.
올 4월말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청에서 지정한 벤처기업 중 약 70%가 제조업이며, 이들 벤처 제조업은 대부분 에너지를 활용해야만 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관련, 벤처기업이 수출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까운 장래에 대비, 「환경적으로 건전한 지속 가능한 개발」에도 산업정보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에 관한 한 구미 각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에너지 활용상 대책을 기술적 및 사회적 측면에서 거의 완벽하게 수립한 바 있다. 이들 선진국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국의 입장을 정리한 다음,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벤처기업을 활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발전이 지속되도록 하려면 각 벤처기업에 합당한 환경 및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기술정보가 기술맵(technology map) 등과 같은 형태로 분석·가공되어 경영에 활용돼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며, 중소기업은 조직과 재정적 여건상 기술정보를 조사·검색·분석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벤처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고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국가기관이나 관련 단체에서 정책적으로 해당 선진 기술정보를 철저히 분석, 필요로 하는 벤처기업에 제공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현재 선진권이 개발도상권을 도와주는 GATT 체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적자생존의 가혹한 원칙만이 적용되는 WTO 체제하에 놓여있어 앞으로 벤처기업의 경영상 리스크 관리는 재무적인 면 못지 않게 기술정보 측면도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