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IMT2000 정책 초안이 발표된 이후 사업권 레이스에 뛰어든 각사의 추진 단장 혹은 전략기획 담당 임원들은 요즈음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특히 이들은 정부는 물론 각 연구기관, 민간단체, 심지어 시민단체들이 앞다퉈 개최하는 IMT2000 공청회에 단골로 초청돼 겹치기 출연은 기본이다. 12일에는 경실련 주최 공청회에 나란히 참석했던 이들이 13일 정통부가 주관하는 공청회에 다시 얼굴을 맞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각사의 얼굴, 내지는 간판으로 인식되고 개별 업체들 역시 그룹내 최고의 전략기획통들을 전진 배치,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IMT2000 사업자 선정과 더불어 인기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인물은 남중수 한국통신 상무, 조민래 SK텔레콤 상무, 이정식 LG IMT2000추진사업단 상무, 이종명 하나로통신 상무, 이충근 한솔엠닷컴 전무 등 5명이다.
이들은 전공이 인문학이든 공학이든 대부분 정보통신 기술과 시장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라는 것이 공통점이며 남 상무와 조 상무, LG 이 상무는 정부 관료출신에서 민간기업인으로 변신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하나로 이 상무와 한솔 이 전무는 전형적인 엔지니어출신.
남중수 상무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통신의 기획통. 미국 매사추세츠대학 박사인 그는 정부장관 비서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82년 KT로 옮겨 각종 거시 전략을 입안한 선비형 인물이다. 조민래 상무는 73년 체신부에서 관료로 출발, 통신정책국 등을 거치면서 통신시장 경쟁체제 도입정책에 관여했던 정책기획 전문가로 불린다.
지적재산권 미국 박사면서 변리사인 LG 이 상무는 행시 23회에 합격, 특허청 사무관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통산부 서기관을 끝으로 LG에 합류, 최근에는 그룹의 외자유치에 깊숙이 관여한 실무 책임자였으며 이번에는 IMT2000 사업을 맡았다.
역시 통신공학 미국 박사인 하나로 이 상무는 국방과학연구소 위성체계 실장, 충남대 전자공학과 교수 등을 차례로 역임한 대표적인 엔지니어다. 그는 정책분야에도 관료 못지 않은 식견을 발휘하고 있다. 한솔 이 전무는 전자공학박사 출신으로 국내 최고의 연구집단인 ETRI에서 맹활약, 이동통신연구 단장까지 지냈다.
아무튼 이들은 정교한 논리와 해박한 정보통신기술을 앞세워 서로 양보 없는 설전을 펼치고 있어 사업권 레이스 못지 않은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