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9사 컬러TV서 카르텔 체결

강가(康佳), TCL, 해신(海信) 등 중국의 주요 가전업체 9사가 12일 컬러TV의 가격 카르텔(기업연합)을 체결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9사는 다음달 1일부터 25인치 TV의 경우 1690위안(약 23만원), 21인치 1050위안 등의 최저가격을 설정, 그 이하 판매금지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공장의 일시 가동중지 등 생산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9사는 이미 지난주 심천에서 회의를 갖고 카르텔의 기반이 되는 TV업계 단체 「중국채전기업봉회(中國彩電企業峰會)」를 설립한 바 있다.

이번 카르텔에 참가한 9개사는 시장점유율에서 2위 강가, 3위 TCL 등 모두가 상위 그룹에 속하는 국유 업체들이다. 최대 업체인 사천장홍전자(四川長虹電子)는 가세하지 않았으나 이 카르텔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TV시장인 중국에서는 국내 제조업체의 난립으로 최근 몇년간 가격경쟁이 격화, 각 업체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유 업체가 중심이 된 이번 카르텔은 시장질서 회복을 위해 사실상 정부가 간여하는 가격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컬러TV 생산은 지난해 전년비 21.9% 증가한 4262만대에 달했지만 판매는 3000만대 정도에 머물러 1000만대 이상의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심각한 상태다. 그러나 각 업체들은 올 들어서도 생산을 적극 전개하는 동시에 판매확대를 위해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여왔다.

중국의 컬러TV시장 혼탁은 중국 정부가 마쓰시타전기산업, 필립스 등 외국 브랜드에 대항할 수 있는 국산 제조업체의 육성을 위해 그 동안 각 업체의 생산력 증강을 부추겨온 결과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TV의 가격저하를 막기 위해 외국계를 포함하는 모든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브라운관의 생산조정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한편 이번 9사의 카르텔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중국이 연내 가맹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기본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비판이 적지 않게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