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북정상회담과 정보기술

2000년 6월 13일 평양. 지구촌의 모든 이목은 이 곳으로 쏠렸다. 바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빅 이벤트」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례적인 공항 마중으로 시작된 「손잡음」은 두 남북 정상의 55년만의 첫 만남을 역사적 사건으로 승화하기에 충분했다. 마중을 나온 북한 시민의 「열렬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시각 우리 측의 분위기도 가슴 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마치 내일이라도 목 놓아 고대했던 「남북통일」이 될 듯하다.

이번 남북의 역사적 만남은 분명 두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가능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물꼬를 트는 데에는 재계가 경협노력을 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벌써부터 업계에선 앞질러 남북 경협의 성과를 논하고 북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인터넷이나 벤처업체도 각종 북한관련 상품이나 사이트를 구축하고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선 「정치」는 항상 「경제」 앞에 놓이는 키워드였다. 인터넷시대·디지털경제·벤처열풍 등 현란한 경제관련 수식어가 시장이나 산업계를 장식하더라도 어수선한 정치권 분위기는 곧바로 주식 시장에 찬바람을 몰고 오는 동장군이었다. 아마도 이같은 분위기때문에 경제계에서 이번 정상 회담에 거는 기대가 유별날 수밖에 없다.

특히 재벌 위주의 국내 경제 구도에 틀을 바꾸고 있는 주역인 벤처나 인터넷업계가 정상 회담을 대하는 자세는 남다르다. 앞으로 통일된 국가의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자 토대를 닦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은 남한과 북한의 상반된 경제 체제를 하나로 이어 주고 격차를 해소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는 데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전자산업에 기반한 국내 IT기술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고조되고 있는 벤처 붐으로 국내 IT업계는 자신감에 차 있다.

조만간 정상 회담 이후의 과제는 남북 경협을 필두로 한 경제계로 바통이 넘어 올 것이다. 이제 국내 경제를 주도했던 IT 분야가 다시 한 번 통일 경제의 기관차가 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IT와 관련한 산학연 종사자 모두의 책임이다. 이제 뚜껑은 열렸고 얼마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