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등 ADSL 서비스 사업자가 올 하반기부터 국내 중소 ADSL 단말기 업체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함에 따라 예상됐던 중소업체의 시장 진출이 성능과 가격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극히 일부 업체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60∼70여개 국내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망 연동 및 제품 성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10여개 업체만이 이를 통과하는 등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 제품의 경우 대만 제품의 기판을 그대로 본뜬 것도 있었으며 거리에 따라 제속도가 안 나오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PC 내장형 ADSL 모뎀의 경우 CPU 성능이나 PC 제조사에 따라 상당한 성능 편차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 측은 모뎀 공급은 사업자장비(DSLAM) 공급업체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이나 이번 결과에 따라 국내 모뎀 공급업체 수, 공급물량이 크게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동안 전량 해외장비업체로부터 ADSL 장비를 공급해온 하나로통신은 올 하반기부터 국내업체로부터 ADSL 모뎀을 구입한다는 방침을 수립했으나 국내 개발제품의 성능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에 따라 시험대상 업체 수를 16개 업체로 한정해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성능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가격적으로 경쟁국가인 대만이나 싱가포르에 뒤처지고 있어 국내 중소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는 데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장형 ADSL 모뎀의 경우 국내 제품은 소비자 가격이 18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으나 대만산은 15만∼16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경쟁국가인 대만은 중소업체끼리 공동 부품을 구매하고 모뎀칩 등 핵심부품 자급화 등 가격인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비해 국내업체는 전혀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향후 값싼 대만산 제품이 국내 ADSL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노텔네트웍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국내에 ADSL 사업자 장비를 납품중인 해외업체의 경우 국내 사업자와의 관계를 고려, 국산 ADSL 모뎀 공급을 추진했으나 가격, 성능, 납기 등의 이유로 대만, 싱가포르산 모뎀으로 구매선을 선회했다.
또 SMC 등 대만의 대표적인 네트워크 장비 업체도 최근 ADSL 모뎀을 개발, 한국 진출을 시도중이어서 대만업체의 국내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나 관련 협회 차원에서 단말기 업체간 부품 공동구매 등의 가격인하 노력과 통신사업자는 국내 장비업체가 항상 실험할 수 있는 시험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