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북경협 차분하게

중소 전자업체의 대북경협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예정된 중소 전자업체의 방북과 관련, 상당히 곤혼스런 입장에 처해 있다.

최근 전자조합 주관 아래 10개 중소기업이 오는 20일 방북,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남북경협 사업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일부 신문에 보도되자 이같은 보도내용이 사실과 일부 다르다면서도 중소 전자업체의 20일 방북이 마치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에 눌려 적극적으로 사실 해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자조합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중소 전자업체의 남북경협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7개 업체가 오는 20일 이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방북할 예정이나 북측과 구체적으로 협의된 사항이 없다고 설명한 것이 일부 와전된 것 같다며 무척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자조합 측은 실제로 지난 14일 대북경협 실무담당자가 북한 측 사업파트너인 삼천리공사와 중소 전자업체의 방북일정 등을 협의하기 위해 3일간 중국 북경으로 출장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조차 못하고 있다.

물론 이번 일은 사소한 일회성 해프닝으로 가볍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소한 이번 일에도 남북경협 사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조급성이 그대로 반영된 듯해 입맛이 씁쓸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당장이라도 IT분야 교류 활성화 등 남북경협 사업이 큰 진척을 이룰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전자업체의 방북 및 교류사업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현실과는 상관 없이 언론이 다소 앞서 나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분단 55년만에 남북한 정상이 처음 만나 민족화해와 통일을 얘기하고 있는 지금 한민족이라면 어찌 다소의 흥분이 없겠는가.

하지만 지나친 흥분과 낙관적 기대는 정작 원활한 업무처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쉽게 달궈진 냄비가 빨리 식듯, 시작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다 보면 끈기를 갖고 장기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의 마음가짐으로 남북경협 사업을 차분하게 준비·점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