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의 대부, 리처드 스톨먼이 글로벌 리눅스 2000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
10년 이상 GNU프로젝트와 소프트웨어공용화(카피레프트) 운동을 이끌고 있는 그는 전세계 리눅서와 해커들 사이에서 「성자(Saint)」로 통한다. 리눅스 진영의 상징성뿐만이 아니라 컴퓨터업계에도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야말로 거물급 인사다.
14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처음 만난 그의 모습은 나의 상상과 전혀 달랐다. 리눅스의 대부, 자유소프트웨어연합(FSF) 회장, MIT대 교수 등 그를 나타내는 딱딱한 수식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히피족처럼 길게 늘어뜨린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간단한 티셔츠와 청바지, 주머니엔 오래전 그가 전화교환기 해킹에 사용했다는 피리까지.
그는 우선 차림새부터 아주 자유로웠다.
이런 옷차림 외에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중나온 한국GNU 회원과 취재진에게 보여준 그의 태도다.
오랜 여행에도 불구하고 스톨먼은 악수를 나누며 아래 위로 팔을 흔들거나 환영의 인사로 전달한 꽃다발에 한참이나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는 등 장난스런 모습을 보였다. 사진기자의 이런 저런 포즈요청에도 전혀 귀찮아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지만 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소탈함이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이런 모습과 달리 기자들의 질문에는 질문보다 긴 성의 있는 답변을 들려줬다.
스톨먼의 이런 모습은 흔히 자신이 가진 사회적 지위나 직함에 걸맞게 외양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엄숙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거리감을 두려 하는 국내 인사들이나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는 큰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대외적인 지위와 직함에 걸맞은 외양 갖추기에 힘쓰기보다는 내실을 중시하자고 하는 것은 주제넘은 소리일까. 스톨먼이 끌고 나온 카트 위에 놓여 있던 책마저도 마음에 걸린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