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41) 벤처기업

해외 진출<31>

마음이 심란해서 나는 TV수상기를 켜고 이것저것 채널을 돌렸다. 한국에서 방송하는 아리랑TV에서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마침 누가 죽어서 장례를 치르는 장면이었다. 나는 기분이 언짢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홍콩에서 방영되고 있는 스포츠 방송이 나왔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나와서 코미디를 하는 장면이었다. 사회자도 웃고 관중들도 웃었다. 영어로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듯했지만 나는 전혀 우습지 않았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껐다. 그때 전화벨이 울려서 나는 깜짝 놀랐다. 얼른 수화기를 드니 유 회장의 목소리였다.

『지금 뭐하나?』

『방에 있습니다.』

『방에 있는 것은 알아. 한족 여자하고 있나?』

『혼자 있습니다. 피곤해서 쉬고 있습니다.』

나는 그가 불러낼까 겁이 나서 미리 쐐기를 박았다.

『이 호텔에 와 있네. 자네 방으로 가지. 피곤할 때는 쉬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쉬느냐가 중요한 거야.』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요?』

나는 그와 만나기 싫어서 물었다. 지금의 기분으로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최 사장은 빙등제는 안보나? 허긴, 추워서 구경이고 뭐고 얼어죽기 십상이지.』

『직원들하고 보고 오는 길입니다. 왕 부총재와 조금 전에 헤어졌습니다. 왕씨는 지금 우리 직원들하고 술을 마시고 있을 겁니다.』

『최 사장만 빠졌단 말인가? 지금 가도 되겠나?』

『좀 쉬려고 생각했습니다만, 호텔에 오셨다니 잠깐 올라오시죠.』

유 회장을 문전 박대할 수 없어 방으로 오라고 했지만 내키지 않았다. 유 회장이 두 명의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웬 여자들인가. 술집에 있는 여자들로 보이지는 않지만, 중국에서는 술집 여자라고 해서 특별하게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접대부 일이 오래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것이 하나의 직업으로 굳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조선족 처녀들이야. 회사에 다닌다고 하는데, 이 애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지.』

『그런데 여긴 왜 이 여자들을 데려왔습니까?』

짐작은 갔으나 정확히 알 수 없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