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의약분업과 정보화-김진태-

불과 10여일 남은 의약분업은 병의원과 약국의 정보시스템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의원의 경우를 보면 의약분업 이후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여 환자에게 주게 된다. 처방전은 A4용지 크기의 양식으로 결정되었으며 이를 최소 2매 이상 발행하여 환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처방전은 원내에서 발행하던 것과는 달리 환자의 모든 인적사항, 발급 병의원 정보, 병명, 그리고 처방의 상품명, 용량, 일수, 비고란 등으로 자세히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수기로 이를 발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처방전을 손쉽게 발행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으로 시급하게 교체해야 한다. 아울러 각종 의료보험과 관련된 수가가 의약분업 이후 대폭 조정될 것이고 약국에서 대체조제된 처방에 대한 관리까지 하기 위해서는 정보시스템의 구축이 매우 필수적인 사안이 될 것이다.

A4용지의 규격화된 처방전을 발행하려면 모든 병의원이 잉크젯 혹은 레이저 프린터를 구비해야 하는데 하루에 출력되는 다량의 처방전을 수용하려면 고속의 레이저 프린터나 복수의 프린터를 구비하고 있어야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약국의 경우에는 우선 환자의 처방전을 받아 조제를 하게 될 경우 처방전에 기재된 약품이 그 약국에 없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약품이 생물학적 동등성을 띠고 대체조제가 가능한가에 대한 DB가 구축되어야 조제가 가능해질 것이며, 환자에게 어떻게 복약하고 주의할 것인가에 대한 복약지도가 약국의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DB가 구축되어야 한다.

아울러 보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재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손쉽게 데이터를 입력하기 위한 정보시스템이 요구되며 따라서 OCR 등을 이용한 자동입력기가 각 약국에 비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다량의 처방전을 수용하고 처리하기 위한 약포장기가 많은 약국에 비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조제된 환자의 처방전 내역은 나중에 의사에게 통지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출력하여 처리하거나 바로 의사의 e메일로 전송되는 형태의 정보교환이 필요하게 된다. 또 다량의 소품종 약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고관리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인 사항이 된다.

기존에 의료보험환자만이 혜택을 입었던 것에서 의료보호대상자, 산업재해, 자동차보험 대상자들도 약국에서 의료보험혜택을 받게 되어 약국에서도 기존 정보시스템의 대폭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이렇듯 의약분업으로 병의원 및 약국 내부적인 정보시스템뿐만 아니라 병의원과 약국간의 처방전달네트워크 구축도 활성화될 것이 분명하다.

의원은 막대한 종이의 손실과 프린터의 유지 비용 절감 및 환자서비스 증대 측면에서 필요하며, 약국은 처방전의 재입력 시간을 단축하고, 수익을 증대시키는 요인과 사전에 약품을 준비하고 의사와 대체조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처방전달네트워크는 24시간 연동되는 네트워크환경이어야 하기 때문에 의약분업 이후에는 많은 병의원과 약국들이 ADSL, 케이블모뎀 같은 고속의 통신환경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분업이라는 것이 한국 의료역사상 제도적으로 가장 큰 변화로서 큰 충격과 혼란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정보시대를 그만큼 앞당길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서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