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전문가 우대받는 사회 만들자

『마케팅 박사가 국내에서 1년간 몇 명이 배출되는지 아십니까.』

한 취업 설명회장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답변은 「한해에 1.5명」이었다. 믿어지지 않는 수치이지만 해답을 알려준 사람이 우리나라 대기업 취업담당자였으니 거짓은 아닐 것이다.

마케팅 박사 배출의 사례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전문가 경시 풍조를 보여주는 단편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요즘 각광받는 인터넷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문 프로그래머나 웹마스터의 수요는 엄청나지만 그 외 나머지 분야의 전문인력 수요는 그다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 이러한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나타날까. 그것은 바로 데이터베이스(DB) 개발과 웹마스터의 경우 어느 정도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그 외의 직종에서는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없다고 하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인터넷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근본적으로 인터넷을 이해하고 인터넷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고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일의 처리나 대처방법에 있어 근시안적인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육기관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 전자상거래 관리사라는 직종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직종은 인터넷업계에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학원에서 뜨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관리사라는 제목을 갖고 강의하고 있는 강사들이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을 정도의 자질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국내에 전자상거래가 도입된 지는 불과 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 대다수는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암기식 교육을 담당하는 암기교육 전문기술자일 것이다.

21세기는 전문가들이 활동해야 할 시기다. 더이상 아마추어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마추어들로 승부를 내려고 한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예전과는 달리 국경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외국이 전문가를 동원해 전쟁을 걸어오면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문가로 전쟁을 걸어왔을 때 아마추어로 대항하려고 아마추어 군단을 기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의식구조도 바뀌어야겠다.

주영헌 경기도 용인시 역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