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세계언론은 빌 게이츠 회장의 한 움직임을 대서특필했다. 당시만해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이던 게이츠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것. 그의 이 발언은 세계 IT업계 전체를 술렁이게 했다. 게이츠는 CEO에서 물러나면서 이제부터는 「최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다소 생소한 직책으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낯설은 단어에 바로 게이츠의 「21세기 승부수」가 담겨있다. 그는 『포스트PC 시대를 주도할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겠다』며 퇴임후 계획을 밝혔는데 NGWS(Next Generation Windows Service)는 바로 그 인터넷소프트웨어의 구체적 전략이다. MS는 22일(미국시각) NGWS와 관련된 제품군을 대거 발표하며 이 이름을 「닷넷(.Net)」이라고 공식 칭하며 인터넷비즈니스 시장을 위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MS가 인터넷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95년에도 『인터넷이 물결을 이룰 것』이라며 인터넷 지원 제품 강화를 선언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NGWS는 「MS의 두번째 인터넷 청사진」 인 셈이다.
이의 개발에는 플랫폼 그룹 부사장 짐 올친 등 MS거물이 깊숙이 참여했다. 그는 NGWS 프로젝트에 대해 『이는 프로그래밍을 단순화시켜 초급 사용자들조차 웹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터넷과 연동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의 확장으로 PC에 이어 비PC 시장도 장악하겠다는 뜻이다.
MS는 현재 윈도에 음성인식기술을 접목시켜 「TV처럼 쉬운 PC」 구현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벨기에의 음성인식전문업체 L&A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또 캘리포니아에 있는 벤처기업 IO소프트웨어와도 바이오메트릭스 개발에 손잡고 있다. 바이오메트릭스는 지문, 목소리, 망막 등으로 PC 사용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들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야말로 「인간과 대화하는 컴퓨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NGWS는 또 개인휴대단말기(PDA), 전자책, 휴대폰(무선인터넷), 인터넷 단말기, 게임기, 양방향TV 등 비PC들의 인터넷지원을 강화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하지만 MS의 이런 대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가인포메이션의 애널리스트 로브 앤덜리는 『이전의 윈도는 나를 흥분시켰지만 이번에는 윈도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NGWS가 지난해 발표된 윈도DNA와 개념이 유사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또 NGWS전략의 핵심인물인 플랫폼 그룹 부사장 짐 올친의 장기 외유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비록 MS는 그가 그 동안의 격무에 시달려 장기휴가를 떠나 9월에 돌아온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NGWS 개발비를 달착륙 프로젝트에 비유한 게이츠. 암스트롱이 달착륙을 「인류의 거대한 도약」이라고 했듯이 NGWS가 MS에도 「거대한 도약」이 될지 지켜 볼 일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