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 `고공행진`, 전자부품업계 `먹구름`

내수·수출 호조에 힘입어 순풍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전자부품 산업계에 고유가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유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의 강력한 견제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의 원유 증산에도 불구하고 배럴당 30달러를 오르내리는 국제 원유가 추세는 모처럼 호황을 맞은 국내 전자부품산업계를 다시 침체의 늪에 빠뜨리지 않을까 하는 성급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가 시대는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이에 대응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국내 전자부품업계의 움직임을 모아봤다.

○…국내 최대 종합 전자부품업체인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올초부터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국제 고유가 파고가 이제 서서히 영향을 발휘할 시점에 도달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수출 등에는 별 영향이 없으나 고유가 시대가 더 지속된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원부자재인 화학 소재 및 특수 금속 등의 국제 시세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 다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의 한 관계자도 『유가 인상이 생산 단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전제하고 특히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움츠러들어 장기적으로 가전·정보통신기기의 수요가 위축되면 부품업계의 타격은 조만간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운관용 유리업종은 장치 산업의 특성상 다른 전자업종과 달리 유가에 민감한데 삼성코닝, 한국전기초자 등 업체들은 최근 국제적인 유가 급증 추세에 진정되지 않자 크게 걱정하는 눈치다.

브라운관업계는 전량 두바이유를 쓰고 있는데 연초 배럴당 24달러 수준에 머물던 듀바이유가는 최근 들어 26∼27달러선을 오르내리면서 연초에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배럴당 27∼28달러선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등 서방 선진국간에 국제 유가의 적정선 및 유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의견 대립을 보임에 따라 국제 유가 상승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OPEC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 지켜보고 있다.

○…PCB업계는 최근 들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국제 유가흐름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PCB는 석유화학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제조공정상 전기 및 수도 요금이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가 인상은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미 국제 동값이 톤당 1800달러를 넘어서는 바람에 동박 및 원판의 가격이 15% 정도 올랐고 종이·수지·프레프레그 등 거의 모든 원부자재 가격도 인상됐거나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까지 인상되면 PCB업계의 채산성은 악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PCB업체는 고유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생산성 향상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콘덴서 업계에서는 특히 석유화학 제품인 필름을 많이 사용하는 프라스틱 필름 콘덴서업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려전기, 김천산업, 삼화콘덴서, 필코전자, 뉴인텍 등과 같은 필름 콘덴서업체의 경우 필름이 콘덴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선에 이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곧바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월 3∼4톤의 필름을 소비하는 A사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필름 구매비용이 한달에 1억5000∼2억원 정도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 2억∼3억원 정도로 치솟았으며 1일부로 유가가 인상됨에 따라 구매 비용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A사는 필름 구매선을 국내 업체에서 인도 등지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인상으로 지난해에 비해 원가가 15% 정도 올랐으나 고객사에서 5% 이상의 단가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성문전자, 유인텍, 음성산업 등과 같은 콘덴서용 필름 공급업체들 역시 필름 원단을 수입한 후 여기에 아이언막을 증착시켜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커넥터업계는 하우징 재료인 나일론, PBT, PA, PPS 등의 수입 단가가 오는데 따른 원가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용 커넥터 제조업체들은 유가 인상으로 차 판매 실적이 저조해질 경우 이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이밖에 수정디바이스 업계는 원석, 베이스, 캔 등 주요 원자재 대부분이 유가와 큰 관계가 없는데다 장기 계약으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대부분의 설비를 전기로 가동하기 때문에 유가와 함께 전기료가 인상될 경우 생산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지업체들은 유가 인상에 당황하고 있는 눈치. 경쟁국인 일본업체들이 국내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원부자재를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전지업계로서는 고유가 추세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부자재가 화학·금속 소재로 구성되기 때문에 국제 기름값 인상은 조만간 생산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생산성 향상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전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