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통신통합(CTI)을 비롯한 인터넷통신통합(ITI), 중계기 등 국내 정보통신장비 및 솔루션 업체들이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업체와 제휴를 활발히 모색, 중국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다.
12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지닌 중국에는 이미 유럽·미국 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대부분 각 분야에 진출해 있고 특히 전자정보통신 분야는 매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국내 업체의 진출은 다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국내 가전과 전자부품 업체에 이어 국내 정보통신 분야의 중견업체들이 장비 및 솔루션 분야에서 그동안 진입장벽이 높았던 거대 중국시장에 진출,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경쟁을 하겠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분석돼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하겠다.
특히 국내 네트워크장비 시장은 내년 말 이후 서서히 그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내수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중국은 지난해 말 이미 인터넷 사용자가 890만명에 이르렀고 올해 말에는 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인터넷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유망 시장이다.
중국 정부도 외국의 정보기술(IT)을 적극 도입하고 외자 유치에 주력, 인프라 확충과 기반 산업 지원에 힘쓰고 있어 진출 환경도 좋은 편이다. 최근 후베이성 우한에 광전송기술 개발지구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상하이·광저우·베이징 등 대도시에 닷컴 간판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는 보도가 있고,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닷컴 간판이 늘수록 정보통신장비 분야의 투자 환경이 개선되는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시장은 거대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성공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은 우리한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사전에 얼마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특히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서로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자본주의와 다른 경제체제와 생활관습·문화·언어·사고방식 등 어느 것 하나 우리한테 생소하지 않은 게 없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통에는 폐쇄적인 점도 우리 기업의 성공적인 진출에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콘텐츠 제공 서비스에 대해서는 검열기관까지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업체들이 솔루션 사업을 운영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개방의 흐름을 타고 있고 이런 추세는 점차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회를 선점하는 것도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우리 정보통신장비 및 솔루션 업체들의 중국진출이 만리장성이라는 길고 두터운 장애물을 넘어 해외 진출의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