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국가의 경제상황은 그 나라의 기술개발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기술개발 수준은 크게 기저기술력과 응용기술력으로 나눌 수 있다. 첨단적이고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려면 기저기술력의 토대 위에 이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응용기술의 개발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술개발을 위해 국가 주도형 연구개발비나 기술개발 자금을 여러 분야에 장기 지원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만족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들이 내재되었기 때문이며 이들을 개선하는 문제가 아주 시급한 실정이다.
첫번째로 교육기관에서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너무나 획일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초, 중등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이 보고, 읽고, 쓰기 위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고서도 남의 말을 듣거나 의견을 피력하는 능력이 아주 부족하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배출된 인력은 기술력보다 외형적인 인맥에만 의존하게 되어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들이 기업에 배치될 때는 실무적응을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두번째로 우리는 전문 기술인력을 원활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박사 학위 소지자의 70% 이상이 대학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고급 기술인력을 응용기술개발에 원활하게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대학을 통해 도출되는 지적소유권의 출원건수가 1% 미만이란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세번째로 우리는 기술개발의 완성도를 외형적인 결과로만 파악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응용기술에 연결하고자 할 때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팀, 개발하는 팀, 상품화하는 팀, 상품을 판매하는 팀 등이 필요하게 되어, 실제의 상품이 완성되기까지에는 고유의 개별 전문영역이 다양하고 단계적으로 존재함을 이해해야만 한다.
네번째로 우리 사회는 장인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응용기술에는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기술이 존재하게 마련이고 어느 하나가 부족하여도 엉뚱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밤낮없이 고군분투하는 기술자들에게 격려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그 성과가 그들에게 되돌아갈 수 있는 보호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다섯번째로 우리의 고정관념에서 성급함을 우선 배제하여야 한다. 우리는 하루 아침에 로마가 이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참을성이 부족한 것은 또한 남의 기술과 지적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배경에서 시작된다. 유럽의 국가들이 수백년을 이어가면서 자신들의 고유한 건축문화를 완성하는 것처럼 기존의 기술을 인정하면서 새천년을 넘볼 수 있는 세계적인 기술개발의 역사적 안목이 필요하다.
여섯번째로 국가의 기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전폭적이고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 구조적인 측면에서 그 육성책이 적용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중소기업은 납품선이 막혀서 단번에 부도가 난다. 이러한 어려움은 중소기업의 제품개발에서부터 판매전략에까지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경제분위기 조성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국가의 기술경쟁력을 통해 21세기의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응용기술력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들을 먼저 개발하고, 이를 통해 자본력을 확보하면서 기저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초등학교때부터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학습할 수 있어야 하고 어느 누구나 창의적인 상품개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함께 응용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