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직은 아날로그 시대다

디지털 문명의 전도사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의 유명한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는 이제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성싶다. 신문·방송 등의 각종 언론매체는 연일 인터넷·디지털과 관련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고 유행에 민감한 우리 국민은 디지털만이 정보기술(IT)의 전부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과연 그럴까?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국과학기술원의 한 교수는 『컴퓨터가 모든 정보를 디지털로 처리하기는 하지만 현상계는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못지 않게 아날로그 기술이 중요하다』며 『선진국에 비해 국내 아날로그 기술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최근들어 이동통신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면서 관련 기업에서는 아날로그 기술인 R/F 분야의 우수 인력을 확보하려고 동분서주하나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외국계 계측기 장비 회사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A과장은 『연구소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국내 인력이 디지털을 전공했기 때문에 핵심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은 본사의 몫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우선 아날로그기술 인력의 배출이 없다. 학교에서부터 천대받는 탓이다.

대학이나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가르칠 선생이 없어 교육에 손을 놓다시피한 실정이다.

오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날로그 기술의 특성상 이대로 가면 그 기반이 송두리째 허물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원지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아날로그와 관련한 무수한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창업되고 있다.

아날로그 기술자들을 스카웃하려면 디지털 기술자들에 비해 높은 연봉과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들어 아날로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아날로그 분야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IT분야의 전문가들은 국내 IT 기술이 절름발이 기술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교육 당국과 학교에서 우수한 아날로그 교원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