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3차 일본문화개방을 보며

정부는 지난 27일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3차 개방 조치를 단행했다.

저간의 배경은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이 우리 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과, 오히려 일본 내 우리 문화에 대한 이미지 제고로 우리 문화 상품의 일본 수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이다.

정부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게임부문의 경우 게임기용 비디오게임물을 제외한 모든 일본의 게임물을 개방했다. 일본어로 된 게임물은 무조건 수입을 금지했던 종전의 정책에서 진일보한 조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게임기용 비디오게임물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수입금지 정책을 고수한 것이다. 비디오게임물의 수입으로 국내 PC게임산업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비디오게임물 수입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수입을 허용하는 것이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손해는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국내에서 제작된 비디오게임물이 전무하고 이미 일본 비디오게임물이 불법으로 복제돼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게임물이 정식으로 수입되면 PC게임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판단은 기우에 불과하다.

또 일본의 비디오게임물이 정식으로 수입되면 불법물의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비디오게임 시장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불법카피로 인해 비디오게임 개발을 주저했던 국내 게임업체들이 개발에 나서는 전기를 마련, 국내 비디오게임산업 발전에 한 몫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원리상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으면 시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비디오게임물도 결과적으로 수입금지조치 때문에 불법카피가 판을 치는 현상을 빚고 있다.

세계는 지금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드림캐스트 등 비디오게임기를 이용한 게임 열풍에 휩싸여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PC게임이 전체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장 왜곡현상이 정부의 보호막이란 우산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단계적 개방조치가 궁극적으로 산업보호 측면에서 단행되고 있는 것이라면 일본 비디오게임물의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국내 비디오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도록 했어야 옳았다.

산업보호와 육성을 위한 정부의 득실의 잣대가 여전히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확인하는 것만 같아 하루종일 찜찜했다.

<문화산업부·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